더샘물의 경건믿음은 목적이 있는 일상의 누적입니다

아침에 동이 트는 시간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매일 어둔 새벽에 출근하기 위해 정류장마다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봅니다. 아침밥을 챙겼을까?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속도가 빠른 삶을 삽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키워드는 변화와 속도입니다. 국가나 기업이 변화와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금방 도태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려움은 개인에게도 생생한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과연 이 변화에 몸을 실을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오래 전부터 아침형 인간을 성공형 인간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긍이 가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아침형 인간의 유행이 시작됐던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쯤, ‘대충형 인간’을 제안해서 붐이 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지가 고민이었나 봅니다. 즉흥적인 인간이라는 의미인 ‘대충형 인간’의 인기는 요리전문가 오시조노 토시꼬가 쓴 ‘대충형 인간의 요리기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파격적인 요리기술을 예로 들면, 토마토를 삶아 으깨는 대신 냄비에서 직접 토마토를 갈아 버린다거나, 새우를 기름에 튀기는 대신 마요네즈와 밀가루에 버무려 오븐 토스터로 구워내는 것입니다. 토시꼬는 이런 요리를 ‘스피드 요리’로 부르는 것을 거부합니다.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도 본질은 잃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의 요리에는 7개의 원칙이 있습니다. ▲기분에 솔직하다 ▲과정을 생략해 맛있어진다 ▲도구는 하나만 사용한다 ▲그날 다 먹는다 ▲몸에 좋아야 한다 ▲요리의 기존관념을 버린다 ▲왕성한 실험정신을 발휘하고 즐거워한다는 게 그것입니다.

그의 책은 일본 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후 시리즈로 4권을 펴내 모두 1백만부 이상이 팔렸답니다. 일본어로 ‘즈보라 닌겐(ずぼら人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대충형 인간은 많은 일본인들의 지지를 얻은 바 있습니다. 실생활에서는 치밀하고 계획적인 아침형 인간보다 대충형 인간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대충형 인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요지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사람들의 또 하나의 몸부림입니다.

우리 더샘물교회 성도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할까요? 어떤 유형이든 좋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일입니다. 성도의 삶을 사십시오.  우리 일상에 하나님이 지으신 영원한 목적을 채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도의 원칙입니다.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일과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는 일을 계속하십시오. 그 일에는 아침형이든, 대충형이든, 저녁형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기독교의 경건은 다른 이가 보지 않는 일상의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분주함을 이유로 원칙을 내려놓으면 신자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끼니를 거르지 마세요. 무엇보다 경건의 끼니도 챙기시기 바랍니다. 말씀을 먹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정신으로 숨을 쉬며 사시길 바랍니다.

잠들기 전에 성경을 읽으시고, 정해진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하는 기도의 골방을 마련하십시오.

삶이 마르지 않는 기쁨을 누리기까지. 믿음은 목적이 있는 일상의 누적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믿음은 그렇게 성장해갑니다. 그 일상의 분투와 성장의 자리에서 만납시다.

2018년 11월 29일

함께 일상의 자리에서 믿음으로 분투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