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에 불이 붙듯(As Kingfishers Catch Fire)
“물총새에 불이 붙고, 잠자리 날개가 빛과 하나가 되듯/우물 안으로 굴러든 돌이 울리고/켜진 현들이 저마다 말하고, 흔들리는 종이/자신의 소리를 널리 퍼뜨리듯/모든 피조물은 한 가지 같은 일을 한다/각자 내면에 거주하는 제 존재를 밖으로 내보낸다/자기 스스로를 발현한다. 그것이 ‘나’라고 명시한다/’내가 하는 것이 나이며, 그 때문에 내가 왔다’고 외친다//더 있다. 의로우신 그 분은 의를 행하고/은혜도 지키시니 그 모든 행위가 은혜롭다/하나님이 보시는 대로 하나님 앞에서 행하시는 그 분/그리스도, 그리스도는 수만 곳을 다니시며/아름답게 노니시기 때문이다. 자기 눈이 아닌/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아버지에게 아름답게” [제라드 맨리 홉킨스(Gerard Manley Hopkins), 물총새에 불이 붙듯(As Kingfishers Catch Fire), 전문]
80대 후반을 살고 있는 노년의 목사님이 쓰신 책에 인용하신 시입니다. 그는 이 시에서 자신의 부르심을 느꼈습니다. 물총새는 자연에 순응하며 날개에 햇살이 담기는 찰라, 영원을 반사해냅니다. 잠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물 안으로 굴러든 돌이 물기 먹은 소리를 내는 것도 돌의 외침입니다. 모든 피조물의 내면에는 자신의 존재가 있다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순종입니다. 그 분은 수만 곳에서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아버지를 아름답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이 노년의 목회자가 본 자신의 부르심이고, 모든 신자의 부르심입니다.
우리는 지난 한 주 동안, 데살로니가전서를 묵상하면서 바울의 마음을 들여다볼 특권을 누렸습니다. 그 지도자의 마음이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 교회에 깃들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아테네에 머물면서 데살로니가에 가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그러나 가지 못했죠(살전2:18). 그래서 두 가지를 합니다. 기도하는 일과 디모데를 보내는 일(살전2:17-3:5). 바울은 디모데가 가져온 성도들의 소식에 기뻐합니다(살전3:6). 그리고 위로를 받습니다(7). 바울은 아테네 북쪽 320킬로 떨어진 도시에 사는 성도들을 매일 기도로 방문했습니다. 그 320킬로의 공백을 기도로 매웠습니다. 그리고 성도들이 굳게 선 소식을 들으며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8)라고 선언합니다. 그것은 바울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사는 이유는 그 부르심 때문입니다. 부르심이 있기에 2만 킬로를 걸어 복음을 전했고, 온갖 어려움에도 그의 기쁨을 빼앗을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 데살로니가 교회는 든든히 섰고 부족한 부분을 세워가느라 분투 중이기도 합니다. 바울에게는 든든히 서있는 모습과 여전히 자라야 할 모습을 지닌 교회가 다 사랑스러웠습니다. 바울은 어미의 사랑과 아비의 사랑으로 교회를 돌보고 때로 따끔하게 경고하고, 격려하고 권면하며 기르는 그 과정을 함께 살기를 바랐습니다(살전2:7,11,12).
우리는 그 은혜의 시간을 삽니다. 작렬하는 햇살에 물총새에 불이 붙고, 잠자리 날개가 빛과 하나가 되듯 주님의 사명은 바울의 인생이 되었고, 우리의 인생이 되었습니다. 영원은 그렇게 우리 생을 통해 이 땅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목회자 뿐 아니라, 모든 신자가 그 부르심 앞에 있습니다. 고요히, 힘쓰고, 전념하고, 자기 손으로 일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정도로 제대로 살라고 하시면서 주님이 여기 우리 삶에 계십니다(살전4:11-12).
2018년 8월 3일
여러분과 함께 이 여름을 건너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