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이기는 방법 – 간서치(看書痴)가 되어보지 않으실래요?
올 여름은 유난히 덥습니다. 이 불볕 더위를 매일 몸으로 견디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폭염(暴炎)의 치열한 일념은 우리의 우아한 일상에 온도를 양보할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이 뜨거운 계절을 어떻게 지날까요? 여름보다 더 뜨거워야 합니다. 적어도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일상의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여름을 이열치열(以熱治熱)하는 하나의 길을 나눕니다.
간서치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의 별명입니다. “목멱산(남산)아래 치인(痴人)이 있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자신을 소개합니다. ‘치인’은 ‘매니아’를 뜻하기에 간서치는 ‘독서광’을 뜻합니다. 이덕무는 이 글에서 “오직 책보는 즐거움에 추위와 더위, 배고픔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썼습니다. 어느 날, 좀벌레 한 마리가 이덕무가 아끼는 책을 갉아 먹었습니다. 이덕무는 그 아까움에 화가 났습니다. 좀벌레를 잡으려고 책을 살피는 순간, 그 좀벌레가 갉아 먹은 글자들을 보았습니다. 좀벌레가 먹은 것은 추국(秋菊), 목란(木蘭)…등 꽃 같은 글자들이었습니다. 이덕무는 생각했습니다. 향내나는 글자 만 골라 먹다니, 좀벌레가 신통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사서 반나절동안 그 좀벌레를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은색의 좀벌레는 책을 먹고 책 향기(서향, 書香)가 배었으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좀벌레에 배인 책향기라니, 참으로 간서치다운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요? 사람은 저마다 향기가 있습니다. 어떤 책을 통과한 우리의 몸 어딘가, 성경을 통과한 우리의 영혼 어딘가에서 은은히 배인 향내가 납니다.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찾은 책방에서 만난 꽃 같은 책들을 펼칠 때, 그 치열한 정신을 통과하는 뜨거운 시간들이 우리 일상에 쌓여갑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저녁마다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거나 홀로 조용히 성경을 마주하는 매일의 일상이 복상의 풀무질을 통해 생각이 제련되어 갑니다. 진한 기도의 자리에 고요히 앉고, 눈 떠 일어섭니다. 더샘물 식구들이 사는 여기저기서 향기를 담아내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풍경이 우리의 여름을 채우기를 기도합니다. 더샘물의 여름이 그렇게 익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사람이기를 기원합니다. 더 뜨거운 고요함으로 매일의 여름을 사세요.
2018년 7월 19일
여러분과 함께 더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