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초록에 응답하라 꽃들
“사내가 초록 페인트 통을 엎지른다/나는 붉은 색이 없다/손목을 잘라야 겠다”
(진은영, 봄이 왔다, 전문)
몇 년 전 충격적으로 마주한 시의 전문입니다. 과격한 표현도 충격이었지만, 봄의 실체를 관통하는 시인의 눈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단 석 줄로 된 이 시는 시인 개인에게 찾아온 봄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한 겨울을 살고 있던 시인에게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남자는 봄의 사랑으로 그의 모든 것을 시인에게 주었습니다. 초록 페인트 통을 엎지른 겁니다. 시인의 꽁꽁 언 마음과 겨울은 순식간에 봄으로 바뀌었습니다. 믿기지 않을 만큼 흐드러진 봄이, 온 인생에 초록으로 번진 봄이 싱그럽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난감합니다. 사랑으로 온 봄이 잎을 돋우고 자신을 둘렀을 때, 푸르른 신록 사이로 봄을 토해 놓는 장미꽃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에 응답할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초라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지요. 사랑은 온 생애로 반응해야 할 진지한 답을 묻기 때문입니다. 참 사랑은 참 사랑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시인은 너무 오랫동안 겨울을 지냈기에 봄의 마음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꽃 같은 감성이 없다면, 꽃을 대신해 자기 생애 전부를 꽃으로 바치리라 결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격한 표현은 오히려 담담합니다. 이 사랑은 숭고합니다. 그래서 머리에 벼락이 치듯 읽고 또 읽게 됩니다.
읽는 순간 외우게 된 이 시를 문득 마음에서 되뇌이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예수를 만났을 때 이와 같다.’ 예수를 만나기 전 우리의 생애는 무엇을 해도 혹독한 겨울입니다. 예수께서 우리를 사랑한다고 초록 페인트 통을 엎지르셨을 때, 삶에는 구원의 봄이 왔습니다. 우리는 비로소 참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은 진지하게 응답해야 합니다. 온 생애를 드리는 것만 답입니다. 우리가 사랑할 때, 비로소 믿음의 봄이 옵니다.
봄이 왔나요? 구원의 봄이 왔습니다. 우린 꽃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심으로 우리 생애 앞에 초록색 생명의 페인트 통을 엎어 놓으셨습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롬12:1) 예수의 사랑에 응답하는 유일한 길은 온 생애를 드리는 일입니다. C.S. 루이스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사랑하고 있는 이들에겐 쉽지.’ 사랑은 사랑하는 관계 안에 머문 모든 이들에게는 쉬운 일입니다. 관계가 곧 앎이기 때문입니다. 봄입니다. 구원의 봄이 왔습니다. 이제 그 푸르름에 꽃으로 필 시간입니다. 믿음으로 훈련 받으며, 일상을 거룩한 배움으로 채워 사세요. 이번 주에 본격적으로 다양한 삶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또 복상을 하는 방법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 푸른 주의 말씀을 먹고 봄처럼 자라세요. 끊임없이 성장하세요. 성장은 이전의 상식과 결별하는 일입니다. 봄의 발돋음을 기대합니다. “구원의 초록을 보라. 봄이 왔다. 예수가 왔다. 응답하라, 구원받은 자들. 꽃들!”
2018년 4월 5일
봄이 완연한 날에 여러분과 함께 있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