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여름, 8월의 교회
8월은 여름의 절정기이자 휴가시즌이기도 합니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의 절반 정도가 지났을까요? 오후 햇볕 아래 서면 마치 뇌가 녹을 것 같습니다. 이 위협적인 날씨와 숨 막히는 뙤약볕을 만난 올 여름은 유난히 길고 지루할 것 같습니다. 이 8월의 교회는 파송된 곳에서 무엇을 할까요? 일할 때는 의미 있는 유쾌함으로, 휴가를 간 곳에서는 주님 주신 평안과 안식으로 쉬고 생각하고 재충전을 누려야 합니다.
이 뜨겁고 무더운 여름을 우리는 여름 Prayer9으로 함께 했습니다. 여름을 구체적인 믿음의 일상으로 바꾸어 살고자 했고, 매일 하나님 나라를 누리려 집중했습니다(롬14:17). 여름 Prayer9은 끝났지만, 우리 8월의 여름은 계속됩니다. 우리가 각자 보낸 여름이 모여 더샘물교회가 될 것입니다. 먹는 일과 마시는 일 – 그 필수불가결한 매일의 일을 목적없이 하는 자는 신자가 아니라고 성경은 우리를 가르칩니다. 성령 안에서만 누리는 의, 평화, 기쁨이 가득한 먹고 마시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한국의 대표적 지성이었던 이어령 교수가 아프간 사건이 있었던 2007년 7월 23일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의 나이 73세때 일입니다. 신자가 된 후, 이전의 모든 인문학적인 그의 지식은 2022년 2월 28일 소천하기까지 15년 동안,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는 일에 쓰였습니다. 소천하신 후에 유작으로 발간된 책 [먹다 듣다 걷다]에서는 세 동사를 통해 기독교와 교회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의 생애와 사역이 주는 역동성이 신자가 사는 방식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동의 의미를 주는지 먹는 일, 듣는 일, 걷는 일을 통해 기독교의 삶의 방식을 탐구했습니다. 늘 우리가 익숙하게 매일 마주하는 먹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고, 말하는 것보다 듣는 일이 우선인 제자의 일상에서 신자인 우리의 일상의 자리를 헤아리고 나아가 목적한 길을 걷는 돌파의 삶을 통찰했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곳에 공급할 생명의 밥, 절망의 어둠에 던질 빛된 메시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함께 걸어 길을 낼지 고민하는 게 교회라면, 우리가 먼저 할 일은 먼저 사는 일입니다. 먼저 생명의 밥을 먹고, 먼저 생명의 말씀을 듣고, 먼저 생명의 길을 걷는 일입니다.
8월의 여름 더위에 멈춰 서서 점점 녹아버리는 정물(靜物)처럼 낭비하는 삶을 살지 않으려면, 믿음의 여름을 채우는 8월의 교회로 서야 합니다. 각 사람의 일상은 각 사람에게 주어진 숙제지만, 그 열매는 모두 교회로 드러납니다. 열심히 사시고, 고요히 쉬시고, 소리없이 섬기고, 움직이며 기도할 줄 아는 여름의 교회, 더샘물교회의 온 세대가 주님 앞에서 준비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8월의 여름을 맞이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