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기본기에 집중하는 봄
종교개혁자 존 칼빈(John Calvin)은 하나님을 아는 두 통로가 있다 했습니다. 소위, ‘하나님을 아는 이중적 지식(Duplex cognitio Dei, Twofold knowledge of God)’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지혜, 참되고 건강한 지혜는 하나님을 아는 것과 우리 자신을 아는 지식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통찰입니다. 우리는 이 참된 두 지식을 성경을 통해서 발견하게 됩니다.
칼빈은 그의 책, 기독교 강요1권6장에서, ‘하나님을 아는 것은 성경이 결정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지침서이자, 선생’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에 대한 지식도 성경에서 발견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하신 일과 그 형상과 모양을 따라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살도록 지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알았습니다. 하나님의 의도대로 사는 것,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얻게 하신 일도 성경이 알려준 진리입니다. 그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서 사라지면,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 하나님이 없는 인생은 폐허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영광을 보게 되면, 그와 대조하여 인간을 보게 됩니다. 폐허 위에 선 인생의 절망 앞에서 우리는 인생에 하나님이 계셔야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살수록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부도, 운동도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신자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시인이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이란 시를 썼습니다. 이 시 한편을 보려고 그의 시집을 샀습니다. 종종 꺼내서 봅니다. 일곱 개의 단어로 구성된 그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시인의 노래에서 인간 냄새, 절망의 비린내가 올라옵니다. 봄- 슬픔-자본주의-문학-시인의 독백-혁명-시로 줄지어 선 그의 인생이 거기 들어차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빠짐없이 눈과 생각을 머물게 하는 건 ‘시인의 독백’이라는 단어입니다. 낱말풀이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시인이 사는 곳은 어둠 속입니다. 그의 인생은 마치 부러진 피리와 같습니다. 부러진 피리는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부러진 피리로 벽을 쳐서 소리를 냅니다. 이건 사뭇 비명과도 같습니다. 시인은 자기 정체성을 탄광 속의 카나리아 새로 생각한 것 아닐까요? 19세기 유럽의 광부들이 유해가스에 유독 민감한 카나리아를 갱도에 가져가서, 이상징후를 파악한 것처럼, 우리가 사는 게 위험할 때, 시인은 피리를 불어 경고하는 사람으로 생각한 것 아닐까요? 이 시인의 사전을 읽고, 읽다가 신자인 우리를 생각합니다. 신자인 우리는 어떤 사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나요? 하나님을 아는 이중적 지식입니다. 자기를 바라보는 일은 지극히 고통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자기를 바라보아야, 우리 인생을 믿음으로 관통하는 단어인 ‘은혜’를 얻게 됩니다. 인간의 절망을 들여다보면 하나님의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막힌 역설을 관통하는 ‘은혜’가 우리를 구성하는 낱말입니다. ‘은혜’를 낱말풀이하면 우리 인생이 거기 나타나기를 기도합니다. 작은목자훈련을 통해 삶공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만나도, 상황에 절박해서 마음이 휩쓸리지 않기를, 오직 예수께 절박해지는 과정을 배우길, 그 삶의 기본기가 우리 인생에 배이길, 간절히 기도하는 봄입니다.
기도 중에 여러분을 기억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