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민초가 맛있다, 맛없다” 논쟁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한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오래전 출시한 ‘민트초콜릿칩’ 맛은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스테디셀러이면서도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립니다. 아이들은 민초가 맛있다는 민초파와 치약맛 나는 아이스크림을 어떻게 먹냐는 반민초파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만일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미식가였던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민초파를 향해 “대담한 모험가들이자, 남들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반민초파를 향해서는 “순수주의자이자, 삶의 고유한 영역을 존중하고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추측해보는 이유는 사바랭이 1825년에 출간한 자신의 책 “미식 예찬”에서 이런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어떻게 먹는 것을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을까요? 사바랭이 이 책을 출간할 당시 프랑스 사회는 산업혁명 이후 계층이 분화되고 경제적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 가능한 식재료의 차이가 생겼고, 이는 먹는 경험의 차이로 연결됐습니다. 하지만 밥상이 경제적 차이만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바랭은 음식이 개인의 삶의 방식, 취향, 문화 수준, 철학까지 반영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치관과 태도가 바뀌면 우리의 식습관도 자연스럽게 변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종교적 신념에 의해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고, 윤리적 신념에 의해 채식을 하는 사람도 있고, 환경 보호를 위해 육류 섭취를 줄이는 사람도 있고, 건강을 위해 저당 식단을 하기도 하고, 사회적 신념에 의해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밥을 드시고 사십니까? 그 밥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해 줍니까?
성경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신 8:3). 우리가 먹어야 할 것은 삼시세끼만이 아닙니다. 말씀을 먹어야 사람이 삽니다. 말씀이 죽은 우리의 영혼을 살리는 양식인 이유는, 우리가 말씀 안에서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시 34:8a, 개역개정)
복음은 우리의 선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을 말해줍니다. 복음은 우리가 해야 할 선한 일 목록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하신 선한 일을 말해줍니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복음의 맛에 빠져 비로소 생명을 얻었습니다. 우리 삶의 목적과 내용이 달라졌고, 우리를 설명하는 언어가 달라졌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늘 가족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혼자 먹기 아쉬워서 자꾸 권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복음의 맛이 너무 좋아서 혼자만 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슬로건이 “Just Taste it!”입니다. 먹어보지 않고는 그 맛을 알 수 없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실제로 맛보는 것만 못합니다. 여러분이 이미 맛본 그 복음의 맛을, 하나님의 선하심을 아직 모르는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말로만 설명하지 마시고,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는 가운데 그들도 직접 맛볼 수 있도록, 복음 맛집 더샘물로 초청해 주십시오.
조대섭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