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 떠올리는 믿음 4 – 성성자(惺惺者)와 메주자(Mezuza)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지나간 한 주, ‘깨어 있으라’는 성경 말씀을 떠올리며 우리가 서 있는 신자의 자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지난주에 남명 조식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명이 평소 ‘경의검(敬義劍)’을 허리에 차고 스스로를 깨우쳤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차고 다니던 게 또 하나 있습니다. 남명은 자신의 옷깃에 방울을 달아 늘 자신을 일깨우고자 했는데, 그 방울 이름이 ‘성성자(惺惺者,깨어 있고 또 깨어 있으라는 뜻)’입니다. 늘 마음이 깨어 있도록 하려 방울을 차고 ‘스스로 조심해 밤에도 정신을 흩트린 적이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남명은 ‘마음은 수은과 같아서 담는 그릇에 따라 다르게 담긴다’고 늘 생각했고, 그 마음을 집중하고 몸을 다스렸습니다. 스스로 방울을 달아, 딸랑! 소리가 날 때, 자기 인생의 목적을 떠올렸던 태도는 조선 전기의 귀한 선생으로 자신을 세우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성경에는 신자의 ‘성성자(惺惺者)’가 나옵니다. 신명기 쉐마(Shema,들으라) 말씀입니다.
“이스라엘은 들으십시오. 주님은 우리의 하나님이시요, 주님은 오직 한 분뿐이십니다. 당신들은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내가 오늘 당신들에게 명하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언제든지 가르치십시오. 또 당신들은 그것을 손에 매어 표로 삼고, 이마에 붙여 기호로 삼으십시오.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서 붙이십시오(6:4-9).”
유대인들은 이 성경 말씀을 전통으로 간직했습니다. 모든 유대인은 집의 문설주 오른쪽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들어있는 나무, 금속, 돌 혹은 자기로 된 작은 상자를 매달아 둡니다. 그것이 메주자(Mezuza)입니다. 그 상자에 담긴 양피지 앞부분에는 바로 쉐마(Shema,들으라) 말씀인 신명기6:4-9; 11:13-21의 22행이 적혀 있습니다. 메주자는 이 집을 드나드는 모든 이들에게 이 가정의 정체성을 알립니다. “나와 내 가족은 오직 주님만을 섬깁니다.” 메주자는 신자 가정이 사는 이유를 기억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영아부, 유아유치부, 유년초등부, 중고등부의 여름 사역이 끝났습니다. 우리는 믿음계승을 위해 기도했고, 사역자와 교사들은 직접 헌신하며 바랐습니다. 우리 세대와 다음세대에게 예수의 구원이 영원히 효력 있는 현실이 되기 위하여 우리도 메주자가 필요합니다. 중고등부 자녀들이 수련회를 통해 학교일상을 예배로 전환시킨 것처럼, 우리의 모든 일상이 영원하신 주님께 자라게 돕는 예전이 필요합니다. “표로 삼고, 기호로 삼으라(신6:8)” 하신 것은 일상의 모든 자리를 주님과 연결하는 상징을 만들라는 말씀입니다. 일상에서 자녀가 마음을 나누게 하고 자녀의 이야기를 깊이 경청하고 공감하는 ‘주도대화’시간, 가족이 예전(liturgy)으로 함께 하는 ‘중보와 축복의 기도’시간 등,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메주자는 무궁무진합니다. “깨어 있으라, 깨어 기도하라 (마24:42,43; 25:13; 26:38,41)”고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신자인 우리가 현실을 살 때, 우리 일상의 메주자가 견딜 힘이 됩니다. 말씀의 방울을 달고 현실에 서야 합니다. 더샘물가족이 여름을 어디서 보내든,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주께서 주시는 숙제입니다. 깨어 있음으로 연결된 공동체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밤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깨어 있는 신자의 발걸음을 고치며,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