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 떠올리는 믿음

여름 Prayer9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여름 기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름보다 더 뜨겁게 은혜의 보좌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또 한편으로 여름을 쉼과 충전을 통해 무더위를 잘 견디시기 바랍니다. 여름! 하면 바다를 떠올리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소금이 온다’는 말을 아십니까?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鹽田)에서 쓰는 말입니다. 바닷물이 햇볕을 만나 소금 결정(結晶)이 만들어질 때, 그걸 ‘소금이 온다’고 한답니다. ‘소금을 만든다’해야 맞는 표현 아닐까요? 염부(鹽夫)들은 소금이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바다와 햇볕이 만든다는 생각을 늘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야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소금 꽃이 핀다’는 말도 있습니다. 소금 결정이 만들어지는 게 얼마나 반가웠으면 그걸 소금 꽃이 핀다고 표현했을까요?

중고등부 수련회를 염전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염전을 운영하시는 장로님께서 몸소 섬겨 주셔서 기억에 오래 남은 수련회가 되었습니다. 가까이서 본 염전의 일은 고되고 고되었습니다. 갯고랑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이 증발하고 증발할 때까지 바다는 결정지에서 뜨거운 햇볕을 만나야 합니다. 거기 바닷물을 밟고 등에 햇볕을 이고 일하는 염부의 노동은 격하고 쉼이 없어 숭고하기까지 했습니다.

소금은 우리 일상에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소금을 병사의 월급으로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월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salary’는 소금의 라틴어 ‘sal(살)’과 소금을 지급한다는 ‘salarium(살라리움)’에서 왔습니다. 소금은 화폐를 대신할 만큼 일상에 요긴하고 값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로마시대 그토록 귀하게 통용되던 소금으로 신자를 비유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짠 맛을 되찾게 하겠느냐? 짠 맛을 잃은 소금은 아무데도 쓸데가 없으므로, 바깥으로 내버려서 사람들이 짓밟을 뿐이다(마5:13)”

소금은 맛의 근원입니다. 모두가 다 압니다. 그런데 주님은 신자인 우리가 세상 맛의 근원이라 하십니다. 이 말씀 속에 담긴 예수님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세상이 우리가 사는 맛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신자인 우리가 세상사는 맛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소금은 단지 짠맛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맛을 살아나게 합니다. 소금도 급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재래식 천일염에서는 쓴 소금을 가장 나쁘게 알고, 짠 소금이 그 다음, 짜고 또 향기로운 소금을 최상품으로 칩니다. 짜고 향기로운 맛이 소금을 아우르고, 그 속이 고요해서 어떠한 잡것도 섞이지 않은 맛을 품은 소금. 새로 태어난 신자의 정체성은 짠 바닷물에서 빌려 비유했지만, 뙤약볕에 자기를 맡겨 고난 속에서 햇볕의 향기가 오롯이 깃든 신자로 성장할 때 비유는 완성됩니다. 그 신자를 세상은 보고 싶어합니다. 사는 맛을 더해주는 짜고 향기로운 사람- 그 사람 때문에 세상 사는 맛이 있거든요. 자기이름을 넣어서 고요히 낭독합시다. “OOO은/는 세상의 소금이다.”

여러분과 함께 무더운 여름을 통과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