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의 무게

예전에 뮤지컬 티켓을 구하게 되어 공짜로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의 노래 실력에 감탄하며 관람했습니다. 그러다 저는 어느 순간 꿈뻑 졸더니 공연이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다시 일어났습니다. 졸다 놓친 장면들은 상상해 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리 큰 아쉬움은 남지 않았습니다. 공짜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값으로 예배에 나오셨습니까? 공짜로 오셨습니까? 선지자 이사야는 돈도 지불하지 말고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고 말합니다.(사55:1) 우리는 모두 값없이 예배에 참여합니다. 그럼 값없이 오라 했다고 해서 값싼 예배입니까? 아닙니다. 이미 값이 지불되었기에 값없이 나아갑니다. 그 값은 우리가 내지 않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핏값으로 내셨습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 위한 대가를 우리가 스스로 지불해야 한다면, 모두가 불가능입니다. 그래서 값없이 나오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예배는 값없이 나와 드리는 예배이지만, 가장 값비싼 예배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예배는 졸아도 아쉽지 않은, 그런 기대감 없는 예배일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3월 첫 주, 우리 교회는 처음으로 전면 온라인 예배를 선언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급기야 집단감염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사회적 위기감과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예배는 한국교회로 퍼져갔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온라인 예배는 더 많은 사람들을 예배로 초청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감염병 사태를 지나면서는 모든 교회에서 온라인 예배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온라인 예배를 통해 한국교회가 여전히 광장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그들과 우리의 필요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예배의 공적 의미와 함께 찾아온 것이 사적인 영역에서의 예배 참여자의 변화입니다. 온라인 예배는 현장성이 떨어져 아쉬움도 있지만, 편리함도 있습니다. 현장 예배에 나오는 것보다 덜 신경 쓰고, 덜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편안한 자리에서 편리한 방식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습니다. 예배 중 자리를 옮기거나, 다른 일을 보거나, 대화를 하는 것도 부담이 없습니다.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가 그 귀한 예배를 진지함 없는 값싼 예배로 변질시켜 가고 있지는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온라인 예배를 시작한 이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오늘도 거의 대부분의 성도님들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성도는 방이나 거실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드리는 예배에 익숙해졌고, 교역자는 성도 없는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에 익숙해졌습니다. 긴장하며 시작했던 온라인 예배가 정착은 물론, 이제는 익숙함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 익숙함 앞에서 우리 예배의 값어치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공짜 공연 관람하듯 예배를 시청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봅니다. 편리함 속에서도 예배가 우리 삶에 주는 영광의 무게와 영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하나님의 얼굴 앞으로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께 마땅히 보여야 할 진지함이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살펴봅니다. 하나님을 향한 경외감을 생생하게 올려드리고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예배 안에서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경외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일상에서도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변해가는 상황,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도, 우리의 예배가 하나님의 영광과 우리의 경배로 늘 무겁길 기도합니다.

2021년 6월 27일 조대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