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을 맞이했습니다. 이맘때면 분주했던 일상을 돌아보며 “올 한 해, 나 정말 잘 살았나?” 스스로 묻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질문이 그저 “무엇을 얼마나 이뤘나?”하는 성과 확인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진정으로 우리가 던져야 하는 중요한 질문은 ‘성취’가 아닌 ‘목적’에 대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스 기니스의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The Great Quest)는 바로 우리 인생의 나침반을 다시 점검하도록 돕습니다.
저자는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는 가장 큰 비극은 ‘실패’가 아니라 삶의 목적을 잊어버리는 ‘망각’이라고 진단합니다. “많은 이들이 만물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무엇이 자신을 존재하게 했는지, 지금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우리는 꽉 찬 스케줄과 스마트폰이라는 거대한 소음에 파묻혀, 정작 내 영혼이 보내는 허기진 신호를 애써 무시하곤 합니다. 저자는 이것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진리와 마주하기 두려워 숨어버리는 일탈이자,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협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도전합니다.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이라면, 검토할 가치도 충분하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깊은 통찰은 단순히 “신앙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 “왜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를 아주 집요하고 명쾌하게 파고 든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질문-해답-검증-결단’이라는 네 단계로 안내하며 신앙은 그저 마음의 위로를 얻는 ‘수단’이 아닌 삶의 확신을 주는 ‘진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신앙에 확신이 포함되는 이유는, 신앙의 내용에 끌려서가 아니라 그것이 확실히 진리여야 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은 그저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안정제가 아닌, 역사적이고 실존적인 사실(Fact)입니다. 저자는 이성적인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는 단단한 신앙만이, 세상의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고 역설합니다.
나아가 저자는 진리를 발견했다면 이제 머뭇거리지 말고 삶을 던지라고 이야기합니다. 관객석에서 내려와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라고 도전합니다. “일생을 통틀어 우리가 하나님을 믿기로 결단하고, 그분을 향해 귀향 여정에 오를 때보다 더 자유롭고 능동적이고 책임감 있는 순간은 없다.” 이 책은 하나님을 향한 여정이 우리를 옭아매는 구속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탕자가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듯,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자유이자 감격스러운 ‘귀향’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삶의 목적을 하나님께 고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방황을 멈추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를 바라보며 수많은 계획을 세우는 때에 이 책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점검해 보기를 권합니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속도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 책은 흐릿해진 삶의 목적을 선명하게 닦아주고, “내가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가슴 벅찬 해답을 안겨줄 것입니다. 어제와 똑같은 내일이 아니라, 소명으로 가슴 뛰는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이 최고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협동목사 이동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