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에 여름 나기 2 : 여행, 또 다른 일상


8월의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해외여행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 인적이 드문 곳에 가서 쉬는 것을 계획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예상하지 못했던 긴 장마에 또 다른 방법의 쉼을 계획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코로나19시대에도 여행을 통해 더샘물 모든 가족들이 쉼과 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은 일상으로 잘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건강한 일탈입니다. 여행이 쉼이 되는 이유는 돌아올 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반대로 정착한 곳, 정착할 곳이 없이 떠나는 여행은 방황입니다. 쉼도 부르심에 합당한 목적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절제 없는 발산과 시간사용은 여행이나 휴가 후에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애를 먹게 합니다.

휴가나 여행이 일상화된 요즘, 일상으로 잘 돌아오기 위한 떠남, 일상을 더 잘 세우기 위한 깊은 수면 그리고 일상을 활력 있게 누리기 위한 육체적인 활동들과 하루의 일상이 조율되면 좋겠습니다. 일상에서 가장 자주 하는 일이 자는 일과 일하는 것 그리고 먹는 일입니다. 여행으로 쉴 때, 우리의 일상은 일하는 것을 빼고는 자주 하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니 일을 포함해서 더 잘 자고, 더 잘 먹기 위해 우리는 쉬면서 헝클어진 질서를 바로잡습니다. 여행이, 쉼이 그래야 합니다. 다시 질서를 회복한 일상에서 식사법은 어떠해야 할까요? 한 시인의 눈을 빌려 살피겠습니다.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쌀알 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끝까지 묵묵히 다 먹을 것/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그깟 것 마저 다 낭비해 버리고픈 멸치 똥 같은 날들이어도/야채의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을/잘 넘길 것”   [김경미 시인(詩人), 식사법, 전문(全文)]

마음은 끝까지 익혀야 합니다. 콩나물을 먹으며 생각합니다. 쌀알 한 톨도 애써 흘리지 않으며 정성스럽게 일상의 시간을 담아냅니다. 일상이 무덤덤하고 달콤한 구석은 눈 씻고 찾아봐도 하나 없어도 묵묵히 다 살아내야 합니다. 삶이 고통스러워도 식빵처럼 떼어내서는 안됩니다. 고통은 인생의 필수 구성입니다. 인생을 익어가게 합니다. 멸치똥같이 쓸데없어 보이는 날들도 요령 피우지 말고 성실을 반찬삼아 인생을 꿀꺽 삼켜야 합니다. 사는 게 좌절할 만해서 도끼 눈 뜨게 하는 일이 있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가지고 살라고 합니다. 한번의 삶을 가지런한 몸과 마음으로 잘 살 것을 다짐합니다. 한번의 식사에서 매 순간, 하루의 식사에서 정기적으로, 일상을 먹을 때마다 그 식사법을 배우고 또 배웁니다. 눈물겹지만 이게 인생입니다. 신자들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이 여름 누가 뭐라 해도,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이 시를 여러 번 읽다가 성경을 다시 읽습니다.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엡4:1).”

2020년 8월 9일
여러분과 함께 일상을 사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