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전에 소설가 김탁환의 책을 한동안 읽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국고전을 전공한 작가는 역사의 켜를 캐는 광부처럼 과거의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인간의 고민과 애환 그리고 살아간 자리를 주목해서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의 성실한 글쟁이 편력이 좋았습니다. 하루에 5시간 글을 쓰든, 50매의 원고를 쓰든, 둘 중에 하나가 이루어지면 성실하게 채워진 하루로 보았습니다. ‘최소한의 시간과 집중’은 소위 글밥 먹는 사람이 하기 힘든 결정입니다. 계속되는 글노동에 집중하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은 오히려 그를 다작(多作)하는 소설가로 만들었습니다. 참 역설입니다. 그렇게 신라의 승려 혜초의 인도기행을 그린 책[혜초] 2부작으로 시작해서, TV드라마로 각색된 [불멸의 이순신] 8부작, [나, 황진이]소설본과 전문가본, [허균, 최후의 19일] 2부작,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 3부작 그리고 역사 속의 조선 여인의 삶이 눈물겨워 새로운 조선의 여성상을 픽션으로 그려낸 [노서아 가비(러시아 커피)]까지 틈나는 대로 읽어 내렸습니다. 소설은 시대의 온도를 잽니다. 작가는 옛 시대 공간을 빌려서 우리 시대의 온도를 전하려 했습니다. [노서아 가비]출간 즈음, 고급커피의 붐이 일면서 스타벅스 커피가 주관해서 “고종의 커피를 맛보다”라는 제하로 덕수궁 ‘정관헌’(고종 당대에 신축된 서양식 건물로, 외국사절을 접견하거나, 아들 순종과 커피를 마시던 곳)에서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저도 우연히 뽑혀서 참여했습니다. 그때 작가의 소설가론을 들었습니다. “소설가는 울고 있는 사람들 곁으로 가서, 함께 앉아 우는 사람이다.” 듣는 순간, 환청을 듣는 듯 메시지가 겹쳤습니다. 그건 교회의 사명입니다. 신자가 할 일에 대하여 소설가가 하고 있다고 말하는 걸 들은 겁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 (로마서12장15절)

이것이 성경의 정신이고 신자의 생활입니다. 이 말씀은 교회 안에 있는 신자들끼리 그렇게 하라는 게 아닙니다. 함께 사는 세상의 이웃들에게, 믿음의 생각과 언어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함께 어울려 살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즐거운 일에 함께 기뻐하면서 동시에 비극을 당한 이웃에게 함께 하는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VIP초청은 누군가에게 선한 이웃이 되는 일입니다. 우리가 먼저 이웃이 되는 일입니다.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신자와 교회를 알게 될 것입니다. 늘 바쁜 중에도 한 부부에게 주말마다 초청하여 밥을 사주거나, 함께 시간을 보냈던 부부를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사랑을 받았던 부부는 교회에 오게 되었고 예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신실한 신자로 자라고 있습니다. 한번의 관심과 여러 번의 기도 그리고 허리를 숙인 계속된 섬김을 통해 선한 이웃이 될 때, 그 사람은 우리를 통해 생애 가장 귀한 선물인 예수를 만나게 됩니다. VIP초청 준비는 우리 삶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지난 주에 나눴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도는 하나님을 따라 성장한 우리 삶의 품을 내어주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품에서 예수를 만난 것처럼, 아기를 품는 어머니의 품처럼, 주님의 사랑이 곁에 있는 사람의 체온을 통해 옮겨가도록 하는 일입니다. 더샘물가족 여러분, 이웃에게 그 사람이 되어주세요.

 

2019년 10월 17일

VIP초청주간을 함께 준비하며 기도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