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
눈물은 왜 짠가, 하고 물었던 사람이 있습니다. 시인 함민복입니다. 그 질문을 제목으로 쓴 시인의 산문에는 어느 해, 가세가 기울어 모실 수 없는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화를 기록해 놓았습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을 핑계로 아들에게 고깃국으로 요기하고 가자고 잡아 끄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고깃국을 아들에게 먹자 하시는 마음을 읽었을 때,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마주앉은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하셔서 연신 국물을 아들의 투가리에 따르셨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이 뜨겁게 전해오고, 아들은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자신의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는데,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그렇게 서럽게 들렸답니다. 어머니의 마음과 아들의 마음이 만나는 순간을 표현한 겁니다. 일순, 아들은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여기 눈물을 묻는 것은 인간의 존재를 묻는 것입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모신다고 했지만, 사실은 늘 어머니가 아들을 품에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고깃국을 먹으면 안되는 중이염을 앓고 있어도 먹을 수 있고, 목숨을 내준다 해도 자식에게 아깝지 않다 생각합니다. 다 해주고도 부족함에 미안함을 간직한 채 숙명처럼 사는 사람이 부모입니다.
믿음의 부모는 어떨까요? 믿음의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입니다. 눈물은 씨를 자라게 하지 않습니다. 씨를 자라게 하는 이는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나 눈물과 함께 흘러내린 우리의 마음은 하나님께 드려집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녀를 양육할 수 없습니다. 그 자녀가 하나님이 위탁하신 하나님의 아들, 딸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눈물은 하나님의 아들, 딸을 위탁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기도하는 부모의 눈물이 하나님을 이깁니다.
위대한 영국의 설교자 스펄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눈물로 천국을 얻거나, 죄를 씻을 수 없다. 그러나 참회하며, 믿음으로 드리는 눈물 어린 기도로 우리는 평안을 얻는다. 눈물 젖은 눈을 가진 사람이 임마누엘 왕에게 대사로 보내진다. 그 사람은 가장 환대받은 대사가 되었다. 마음으로 울 줄 아는 사람이 은총을 얻는다. 눈물은 하나님께서 보기 가장 기뻐하시는 다이아몬드다.”
자녀를 키우는 동안, 부모에게 주신 특권이 있습니다. 옷깃을 여미고 겸손히 우리의 아버지 하나님을 따라 배우는 자리에 앉는 것입니다. 부족하기에 울 일이 태반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부모됨을 하나님께 배우는 사람의 십년, 이 십년의 양육을 통해 하나님은 자녀를 기르십니다. 부모된 우리도 양육하십니다. 그래서 더샘물교회는 믿음계승운동을 통해 양육하시는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울며 씨를 뿌립니다. 눈물로 기도하며 자녀를 양육합니다. 우리 이 십년 뒤에 그 자녀들의 인생을 바라보며 기뻐하기로 합시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거둔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은 기쁨으로 단을 가지고 돌아온다.”(시편126:5-6)
2019년 7월 4일
여러분과 함께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