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린이’하면 떠올리는 소파 방정환 선생은 1923년 아동문학연구단체인 ‘색동회’를 창설하고 순수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하면서 ‘어린이’라는 명칭을 처음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어린이들의 인권을 고려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민족의 미래를 위해 어린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방정환 선생의 주장은 기억되어야 합니다.

어린이주일에 즈음하여 부모된 더샘물의 가족들에게 권유합니다. 자녀들의 추억의 박물관에 값진 유물들을 넣어주세요. 자녀들은 누구나 추억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그 박물관 안에 자녀가 부모와 함께 했던 유쾌한 이야기와 따뜻한 기억 그리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언어들을 담아 주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나눈 대화, 놀이 그리고 다양한 차원의 교감들- 웃음, 눈물, 귀 기울임, 함께 있음, 마음을 담은 편지, 오래 들으며 응시하다가 팔 벌려 안아주는 따뜻한 포옹, 저녁 잠자리 머리맡에서 성경이야기 들려주기, 축복하며 기도하기, 아이들이 졸음에 겨운 잠자리 곁에서 혹은 방문을 제치고는 부모가 거실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두런두런 대화하기(아이들이 크면 많이 이야기합니다. 정겹게 대화하던 부모의 목소리가 좋았다고), 함께 유쾌하게 식사하기, 함께 책 읽기와 책 읽어 주기, 무엇이든 말하는 이야기와 발표를 듣고 신나게 격려하는 부모의 모습…이것들은 담아 주시면 됩니다. 자녀들의 인생 추억의 박물관에 담긴 이 유물들은 어떤 힘이 있을까요?

자녀양육의 목적은 파송입니다. 부모가 자녀들을 영원히 붙들고 살지 못합니다. 자녀가 어른이 되어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의 바다를 항해할 시간이 옵니다. 그 때 부모는 자녀들을 파송합니다. 곁에 있어도 이제 부모의 양육은 간섭이 아니라, 지지와 격려자의 위치로 바뀝니다. 그때 우리 자녀가 홀로 세상을 마주할 때, 우리가 그랬듯이, 늘 좋은 일만 있지 않을 겁니다. 어려울 때, 좌절할 만한 일들을 만날 때, 자녀들이 자기 안에 있는 추억의 박물관으로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어떤 유산들이 자신에게 있는 지 확인하고 다시 힘을 낼 겁니다.

그때 자녀들이 추억의 박물관에서 힘을 내는 결정적인 유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부모의 삶을 통과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바다 위에서 폭풍을 만나 뒤흔들리는 배 위에 서있는 것 같은 절망적인 상황일 때, 우리를 인도하시는 주님의 길이 바다 위에도 있었다고 고백하는 부모의 신앙고백이 묻어나는 삶이 위대한 유물입니다. 우리의 대단한 성취가 아닌, 주님의 길이 바다 위에 있음을 본 부모의 믿음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 자녀가 용기를 냅니다. 부모님의 기도에 응답하셨던 하나님께서 이제는 나의 바다에도 길을 내시겠구나…믿음의 용기를 냅니다. 아무도 주님의 발자취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믿음으로 주님의 뒤를 따라 걸었던 믿음의 발자취는 남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그 믿음의 자취가 되세요. 자녀가 자기 시대의 바다를 마른 땅처럼 건너도록.

주님의 길은 바다에도 있고, 주님의 길은 큰 바다에도 있지만, 아무도 주님의 발자취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주님의 백성을 양떼처럼, 모세와 아론의 손으로 인도하셨습니다.” (77:19-20)

2019년 5월 5일 어린이주일에,

언약가정들을 함께 세워가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