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공부를 하는 이유

“싸리재 너머/비행운이 떴다//붉은 밭고랑에서 허리를 펴며/호미 든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남양댁 소리치겠다//”저기 우리 진평이 간다”//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진평이가 몬다.”
[윤제림, ‘공군소령 김진평’ 전문(全文)]

위의 시는 농사짓는 마을 어디에나 계시는 남양에서 시집오신 진평이 어머니가 아들 그리워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교수는 이 시를 ‘시치미 떼는 시’라고 평했습니다. 시치미는 매 주인의 이름을 적어 방울과 함께 꼬리에 단 표시를 말하는데, 매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갖고 싶으면 시치미를 슬쩍 떼는 일이 있었답니다. 여기서 ‘시치미 떼다’라는 말이 유래했습니다. 왜 시치미 떼는 시라고 했을까요? 마지막 두 행의 시구(詩句)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진평이가 몬다” 남양에서 시집오신 어머니에게 아들은 그 이름 만으로도 그리움이자 자랑입니다. 아들이 공군 조종사입니다. 집에 자주 올 형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습관처럼 하늘을 봅니다. 비행기가 지나가면 다 아들 진평이가 모는 것이라고 칩니다. 농사에 바쁜 어느 날입니다. 붉은 흙과 씨름하며 밭 매느라 정신이 팔려 있다가 그만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비행운만 싸리재 고개너머에 걸렸습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않고 어머니는 허리를 펴며 흙이 묻은 호미를 쥔 채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비행운을 따라 시선을 맞춥니다. 마치 아들을 뒷모습을 볼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물론 거기 비행기도 없고, 아들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한 마디 하십니다.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진평이가 몬다” 그렇습니다. 남양에서 시집오신 어머니에게 아들 진평이는 하늘 가득입니다. 시치미를 뚝 떼고 어머니가 혼잣말을 하십니다. 우리나라 공군은 죄다 진평이 뿐입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엔 비행운을 따라 어머니의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그 사랑의 그리움 하나쯤으로 어머니의 품격이 만들어집니다. 어머니는 자녀들이 자라는 동안 기다림으로 완성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목자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주중 모임은 진행 중이고 필수 삶공부가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삶공부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리스도 예수의 부르심에 맞게 살기 위함입니다. 공군 조종사 아들을 둔 어머니에게 모든 하늘은 아들 이듯, 삶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신 주님 앞에서 우리의 삶은 하나님이 일하시는 곳입니다. 삶공부는 우리 마음을 그리스도 예수께 두어, 인생의 닻이 예수께 있음을 단단히 확인하고 삶을 세우려는 것입니다. 그 고매한 생각을 할 겨를없이 아이가 칭얼대고, 분주한 일상이 전쟁같이 흘러가도 부르심의 목적 하나쯤 하늘에 걸어 두고 살아 가야지요. 그 오랜 기다림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고 양육하신 그리스도 예수의 사랑을 따라, 우리도 누군가를 그 사랑의 이름으로 기다리고 세워 가야지요. 우리도 그렇게 이름모를 사람들의 기도와 부모 같은 성도들의 양육을 통해 자랐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어서 커서 시치미 뚝 떼고 그 기다림과 그리움을 하나쯤 품고 신자로 서는 날을 기다립니다. 저도 시치미 뚝 떼고 말하려 합니다. “동탄의 작은 예수는 전부/더샘물교회에 있다!”

2019년 3월 22일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기뻐하며 성장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