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 만으로 충분합니다

“구원이란 그리스도 예수 안에 들어가 길을 잃는 것이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Martin Luther)

마틴 루터의 구원에 대한 고백은 그에게 예수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제가 처음 이 문장을 접했을 때, 성경을 든 채로 예수께 매혹된 젊은 수도승 루터의 충격으로 떨리는 얼굴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있는 신앙의 자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억은 1980년을 소환했습니다. 그때 여의도에서 세계복음화 대성회가 열렸습니다. 거기 지금은 없어진 5.16 광장이 있었습니다. 그 광장에서 1973년 ‘엑스플로 74’대회가 열렸고, 그때 3일동안 330만명이 모여서 100만명의 결신자를 냈던 일이 있었습니다. 1980년에는 그 후속 집회가 열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고등학생으로 그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때 강단 아래에는 큰 글씨로 ‘나는 찾았네(I FOUND IT!)’라는 문구가 씌어 있었습니다. 빌리 그래함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동시에 눈은 그 글씨를 보았습니다. 음성과 글씨가 겹쳐지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이게 기독교구나.”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예수를 영접하고 소위 ‘거듭난 신자’가 된 다음에도 그 생각은 저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좀더 시간이 지난 후, 마틴 루터의 책 속에서 루터의 고백을 문장으로 발견했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예수를 통해 진정한 삶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예수를 통해 구원을 얻었을 뿐 아니라, 예수와 만나는 순간, 예수 외에는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좋을 만큼 그 영원한 그리스도의 사랑에 빠지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그리스도 예수 안’ 이라는 광대한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 새로운 일상의 세계를 살기 시작한 것을 의미합니다. 수많은 불면의 밤을 만든 질문들이 굳이 답을 찾지 않아도 답이 되어 돌아오는 믿기지 않는 평온의 향연이 벌어지는 곳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는 것이 믿음입니다. 행복, 진로, 홀로 있음, 나이 듦과 허무, 육아와 양육, 상처나 곪아 터진 관계, 깨져버린 유리잔처럼 돌이킬 수 없을 것같은 과거, 해석되지 않는 현재와 불안한 미래들이 길을 찾은 게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길을 잃는 것, 길을 잃을 만큼 예수를 만나고 예수께 매혹된 삶을 사는 것 – 그것이 기독교입니다.

우린 거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원한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을 지나쳐 갔다면 그곳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예수 안에서 삶을 사랑하고, 슬퍼하고 기뻐하십시오. 거기서 버려야 할 것들은 겨울처럼 쓰러지게 하고, 일어날 것들은 봄처럼 예수와 함께 부활하게 하십시오.

한 해의 열매를 헤아리면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우리 더샘물 식구들의 삶의 자리를 생각합니다. 거기 그리스도 예수 안에 우리 소망과 미래가 있습니다. 결핍이 있는 자리에 예수가 오십니다. 그분 만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이 기독교입니다. 함께 그 진리를 살고 향유하면서 나누는 증인의 삶이 서로가 뜻을 같이하여 용납하고(롬15:5,7), 서로 기다리고(고전11:33), 서로 돌보는(고전12:25) 따뜻함으로 열매맺기를 이 추운 밤 주께 부탁하면서.

2018년 11월 22일

눈을 기다리는 소설(小雪), 이 추운 밤에 여러분을 떠올리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