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초청을 준비하면서

푸른 강물 지하철 멀어지는 풍경들/ 소중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참 오랜만에 만났죠 학교시절 친구들/ 다른 선택 다른 이야기 다른 사랑 다른 꿈// 저 멀리 대교 위로 하루 해가 질 때/ 내가 가지 않은 그 모든 길이 하나 둘 생각나// 잘 걸어 온거죠 후회하진 않아요/ 나의 선택 나의 이야기 나의 사랑 나의 꿈”  [권진원, 푸른강물 위의 지하철, 6집 ‘나무’ 중에서]

가수 권진원이 2006년 11월 늦가을에 발표한 6집 앨범 속에 수록된 노래의 가삿말입니다. 이 앨범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이 앨범에는 가수가 자기 인생을 돌아본 성찰의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특히 저는 푸른 강물 지하철을 좋아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오랜만에 학교동창회에 다녀오면서 자신을 돌아보게된 겁니다. 세월이 지나 만난 친구들은 다른 선택을 했고, 한 스무 해 쯤 지났습니다. 다른 선택을 했던, 그래서 다른 인생의 이야기를 써가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헤어져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은 많아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사이 지하철은 어느덧 지상으로 올라오고 푸른 하늘을 이고 한강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 찰라의 풍경들은 멀어지고 빠르게 지나간 인생의 선택들과 그 선택들이 채워진 시간은 그 소중했던 많은 것으로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노래를 듣고 있는 우리에게 무심하게 툭 질문을 건냅니다.

“잘 걸어 온거죠?”

그 질문의 여운은 여백이 많은 가을을 닮았습니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면, 이 질문은 눈물이 되기도 하고, 깊은 돌아봄의 기도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확인하고 안심합니다. 후회하지 않는 한 가지를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선택,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사랑, 우리의 꿈이 그리스도 안에 도착했다면 잘 걸어온 겁니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생은 근본적으로 허무합니다. 결국 이 땅에서 영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마치 손으로 움켜진 물처럼, 손가락 사이를 쉬이 빠져나갑니다. 아무리 안간힘을 쓰고 오무려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가 예수를 만날 때, 그 허무는 하나님의 숨을 빨아들여 영원을 가슴에 담고 인생의 순간들을 영원으로 바꾸는 믿음의 이야기를 살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집에서, 자녀들과, 이웃들과 그 복음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또 누군가를 거기로 초대합니다.

11월 11일. 우리가 하려는 일은 누군가의 허무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만나게 하는 일입니다. 또 한주간의 가을은 찬 바람을 만나 수줍게 얼굴 붉힌 잎들의 흔들림과 그 사이를 지나는 햇살들의 잔치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 빛들을 깃들게 하시는 하나님과 그 창조를 만끽하세요. 그리고 그 풍성함을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소중한 것들을 더 소중하게 만드시는 그리스도의 은혜의 가슴으로,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VIP를 위해서 기도를 시작하십시오. 우리를 위해 누군가 밤새 울며 기도해서 그리스도를 만나게 했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바로 그 사람이 될 시간입니다.

2018년 10월 19일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일에 여러분과 함께 부름 받은,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