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더운 여름에 무엇을 보시나요?

올 전 세계가 말 그대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세계 이곳 저곳에서 앞다투어 연일 최고온도를 갈아치우면서 기록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리를 걸으면 햇볕은 마치 생각도 녹아 내리게 할 것처럼 정수리에 따갑게 쏟아집니다. 더위를 견디기 힘든 여름입니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그래도 감사한 것은 복숭아가 달게 익었고, 과일들이 다투어 단맛을 채우고 있습니다. 더러는 휴가를 생각하고 떠났고, 더러는 일에 집중하느라 쉴 겨를이 없이 분주한 나날의 연속이리라 생각됩니다.

“네가 무엇을 보느냐?” 아모스서 8:2에서 하나님이 아모스에게 하신 질문입니다. 아모스의 눈 앞에는 여름 과일 한 광주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여름 과일 한 광주리입니다.” 하나님은 아모스가 무엇을 보기 원하셨을까요? 여름의 태양 아래서 자란 눈부신 빛깔의 과일들일까요? 아니었나 봅니다. 아모스의 대답에 연이어 하나님이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백성 이스라엘이 끝장났다.”

히브리어로 ‘과일’을 뜻하는 단어 ‘카이쯔’와 ‘끝’을 의미하는 단어 ‘케쯔’가 발음이 유사합니다. 그래서 언어유희(wordplay)를 통해 하나님의 의도-심판을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아모스가 봐야 했던 것은 이 무더운 여름이 아니었습니다. 아모스가 과일을 보고 읽어야 했던 것은 과일의 달콤함이 아니라 세상의 끝이었습니다. 과일을 보고 세상을 읽어내는 영적인 집중력. 주님이 이 여름에 아모스에게 요구하셨던 일상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집중한다는 것 – 그것은 사실 일상의 작은 실마리, 사소한 뉴스의 한 귀퉁이에서 시대의 소리를 읽어내는 일입니다.

이 말씀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과연 이 여름 무엇을 읽어야 할까요? 지난 월요일 분단의 시대 남북의 문제를 냉전의 눈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써 내려간 소설 [광장]의 소설가 최인훈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정치인과 언론인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 누군가는 병들었고, 누군가는 아픈 신음을 하며 이 여름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이 세대’는 어느 시대나 세상의 끝-기근의 시대, 깊은 목마름과 배고픔의 시대, 하나님의 말씀을 찾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우상을 통해 자기 안심에 빠진 사람들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보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이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의 처절한 최후를. 하나님이 우리로 보기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하심 입니다. 하나님이 교우 여러분의 일상을 다스리고 계십니다. 거기서 이 여름이, 이 여름을 사는 우리 인생이 생명의 달콤함이 배이도록 익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시대 이 여름에 질문하시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네가 무엇을 보느냐?”

2018년 7월 27일

여러분과 함께 이 여름 나기를 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