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나무가 되기를/더 이상 봄이 오지 않아도 의자마다 싱싱한 뿌리가 돋아/땅속 깊이 실뿌리를 내리기를/실뿌리에 매달린 눈물들은 모두 작은 미소가 되어/복사꽃처럼 환하게 땅 속을 밝히기를//그동안 내가 살아오는 동안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플라타너스 잎새처럼 고요히 바람에 흔들리기를/더 이상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도 높게 높게 가지를 뻗어/별들이 쉬어 가는 숲이 되기를/쉬어 가는 별마다 새가 되기를//나는 왜 당신의 가난한 의자가 되어주지 못하고/당신의 의자에만 앉으려고 허둥지둥 달려왔는지/나는 왜 당신의 의자 한번 고쳐주지 못하고/부서진 의자를 다시 부수고 말았는지//산다는 것은 결국/낡은 의자 하나 차지하는 것이었을 뿐/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을 뿐/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다가/일어나는 일이었을 뿐”
[정호승, 낡은 의자를 위한 저녁기도, 전문]
지난 1월 첫 주 월요일 저녁부터 더샘물의 가족들의 저녁 풍경은 한 가지였습니다. 홀로 혹은 다같이 둘러앉아 무릎을 맞대고 기도하는 일입니다. 그 저녁의 일상은 42일동안 이어졌습니다. 겨울보다 깊게 하나님께 다가서려던 우리의 기도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나아갔습니다. 골방에서 기도하라 말씀하신 예수님의 명령이 일상에서 삶의 열매가 되기를 바라는 공동체의 바램으로 채색된 42일동안 가족은 영적인 일상의 습관을 만들었고, 홀로 있을 때도 우리는 주님의 임재 속에 있음을 연습하고 확인했습니다.
이제 5월 푸른 봄이 되어 믿음의 삶을 더 푸르게 만드는 갈망으로 우리의 더러워진 그릇을 비워내고, 질그릇에 보석을 담아내는 두번째 Prayer 9을 가지려 합니다. 한번 경험해본 것처럼, 매일 일상의 규칙을 가지는 일은 지키기 어렵습니다. 산 모퉁이 하릴없이 느리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이 옹달샘을 이루고 나그네의 목을 축이듯이, 우리의 작은 일상의 습관 하나가 우리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께 연결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위대하신 하나님의 임재 속에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 갈망이 우리 공동체 가족 모두의 것이 될 때, 더샘물은 마치 물이 오른 봄의 나무가 푸른 잎을 토해내듯, 일상에 살아 계신 하나님으로 인해 싱싱한 영적 생명의 가지들로 서로 연결되어 자랄 것입니다.
기도는 나를 지탱하던 의자 같은 사람들을 미안함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회복시켜줍니다. 나의 부족함을 버텨준 사람들을 향한 고마움으로 다시 기도하게 합니다. 고단했던 그 사람이 나무처럼 높게 가지를 뻗어 별들이 쉬어 가는 거룩한 상상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의 가지에 깃든, 그 별처럼 아까운 사람들이 믿음의 새가 되기를, 비상하기를 위해 또 기도합니다. 기도는, 더샘물이 무릎으로 꿈꾸는 기도는 우리가 사는 소소한 일상의 현장을 위대한 하나님의 일터로 바꿀 것입니다. 그 위대한 기도가 우리의 일상의 이야기를 복사꽃처럼 환하게 피어나게 하기를 바라면서.
2018년 5월 11일
함께 기도하며 여러분의 일상이 은혜로 채워 지기를 원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