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하시는 하나님, 계획하시는 하나님”
제 아내는 퀼트를 좋아합니다. 며칠 전 아내가 오랜만에 이리 저리 천들을 펼쳐 놓았습니다. 작은 소품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조각난 천들을 펼쳐 놓았는가 하면, 금새 빠른 손놀림으로 모양을 냅니다. 이내 실을 동인 바늘을 들어 천들을 이어 나갑니다. 모양과 빛깔이 형편없어 보였던 천조각들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없었던 형체가 나옵니다. 조각 천들의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창조자 하나님이 주신 창조성이 발휘되면 보잘것없는 천들이 금새 새로운 숨을 쉬는 생명체로 살아납니다. 아내의 생각 속에는 천들을 향한 의도된 계획과 창조성이 튼튼한 구조로 엮여 있습니다.
저는 멀리서 숨죽이며 지켜보다가 문득, 조각 천들이 우리 인생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질문이 생겼습니다. ‘만약 퀼트 천들이 살아있어 말할 수 있는 생명을 가졌다면, 제 아내의 손에 자신들이 재단된다는 것을 과연 기뻐할까?’ ‘아니다’라는 대답이 금방 돌아왔습니다. 천 조각들은 아내의 의도를 모릅니다. 천조각은 자신을 만드는 아내가 고통을 주는 가해자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마침내 쓰레기통에 처박힐 운명이라도, 내 뜻대로 살게 해줘!’라고 항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퀼트 천을 매만지는 제 아내는 평온합니다. 코끝에는 달콤한 노래까지 묻어 있습니다. 제 아내는 결코 모진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토록 평온하게, 절규하며 항변하는 천을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매만질 수 있는 이유는 의도와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실한 계획자에게 계획은 이미 이루어진 상상의 완성입니다. 그곳엔 없는 것이 없습니다. 천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세계를 넘어선 새로운 창조의 세계가 거기에 있습니다. 이미 다 이루어진 완전한 완성이 거기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도 퀼트와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을 퀼트하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현실에서 깨지고 찢어진 우리 인생을 정교한 의도의 실과 계획의 바늘로 깁고 이어내는 분입니다. 우리가 걸어온 인생은 아무리 튼튼히 버티도록 준비해도 쉽게 헤지고 낡고 자주 찢어집니다. 새로운 창조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코끝에 달린 달콤한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나는 너의 인생을 실패 없는 계획으로 인도한다. 너의 조각난 인생도 내 창조의 손으로 정교한 의도의 실로 깁고, 계획의 바늘로 이으면, 걸작이 된다. 낡고 병든 네 인생을 내게 다오. 해 아래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 수 없는 생명을 너에게 돌려주마.”
“주님의 모략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으며, 마음에 품으신 뜻은 대대로 끊어지지 않는다.” (시33:11)

2018년 2월 2일
하나님을 따르는 길에 여러분과 함께 함을 기뻐하는,
이찬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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