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유진 피터슨은 이러한 부모에게 참 뜻밖의 위로를 건넵니다. “청소년기는 중년의 부모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인생의 활력이 슬슬 메말라가고 신앙마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중년의 시기, 하나님은 에너지 넘치는 십대 자녀를 우리 곁에 두셔서 우리 삶에 다시금 생동감을 불어넣고 뜨겁게 고민하게 하십니다. “젊은 성인에게 아기가 하나님의 선물인 것처럼, 청소년기 자녀는 중년의 성인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청소년기 자녀는 우리가 중년이 되었을 때 우리 인생 속에 탄생합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부모를 향해, 신앙에 대해 내뱉는 거칠고 비판적인 말들에 불안해하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이러한 말들은 사실 부모의 하나님이 아닌 자신의 하나님을 찾고자 씨름하고 있는 아이들의 영적 몸부림입니다. 아이들의 ‘아니요’라는 거부속에는 진정한 ‘예’를 찾으려는 갈망이 숨어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실질적인 훈련은 아이를 판단하는 재판관의 자리를 내려놓고, 하나님이 우리를 대하시듯 끝없는 인내와 자비로 아이를 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키우는 아이는 사실 내가 사랑하기 전부터 하나님이 먼저 사랑하셨고, 내가 떠난 후에도 그분이 책임지실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이 분명한 사실을 신뢰할 때, 우리는 비로소 통제가 아닌 사랑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가 막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자꾸 정답만을 말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부모가 완벽한 모델이 되기를 애쓰기보다 자신의 연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투명한 부모가 될 때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이 열린다고 조언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훌륭함이 아니라 부모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다시 하나님 앞에 서는지를 보며 진짜 신앙을 배웁니다. 규칙으로 아이를 묶어두기보다 지혜로 아이를 초대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자녀가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을 때조차, 그 문 너머에서 묵묵히 기도하는 ‘기다림의 사역’ 이야말로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하고 실질적인 실천입니다.
이 책이 주는 울림은 꼭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서 여전히 자라나야 할 ‘영적 사춘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꼭 청소년 자녀가 아니라도 하나님은 때로 우리 믿음을 깊은 구렁에 빠지기 직전까지 밀어붙이시며 우리를 시험하십니다. 그 거친 고난을 통해 우리의 사랑을 성장시키시고, 우리가 쥐고 있던 헛된 소망을 내려놓게 하시며, 오직 하나님을 믿음으로 바라보게 하십니다. 그 모든 ‘거북한‘ 시간들은 단지 우리를 괴롭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 우리를 온전한 성숙으로 이끌려는 참된 부모 되신 하나님의 사랑 가득한 훈련 과정입니다. 이 책의 원제인 ‘Like Dew Your Youth (새벽이슬과 같은 청소년)’와 같이, 메마른 광야 같은 우리 인생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새벽 이슬처럼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내려앉습니다. 자녀와의 갈등으로 지친 부모들은 물론, 인생의 막막한 벽 앞에서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하고 계신 모든 성도님께 이 책을 권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거북한 일상들이 실은 우리를 가장 아름답게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현장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협동목사 이동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