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년전의 이야기입니다. 경영컨설턴트로 P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컨설턴트의 무덤이라 불리는 회사였기에 프로젝트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중간 임원 보고를 앞두고 매일 새벽 3,4시까지 보고서 작성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근처에서 쪽잠을 자고 다시 일찍 출근해 보고서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분주한 때였기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왜 하나님은 인간을 잠을 자야하는 존재로 만드셨는가?’

우리가 하루 7~8시간을 잔다고 가정하면 거의 하루의 1/3, 그리고 인생의 1/3을 잠으로 보냅니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인생의 속도를 생각할 때 잠자는 시간이 너무 아깝기도 합니다. 그런데 잠을 자지 않는다면, 혹은 잠들 수 없는 세상이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몰입하고 집중한 일의 흐름이 끊기지 않기에 보다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잠을 자지 못하는 세상은 너무나 비극적인 결말이 그려집니다. 육신의 고통, 우울함, 후회, 다툼, 일탈과 방황, 그리고 전쟁이 제어되지 않고 질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속에 아마도 개인이나 사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일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24시간이라는 하루의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지고, 자고 일어나는 리듬을 통해 하루 하루가 새롭게 설정되도록 설계하신 것은 우리를 위한 은혜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을 통한 멈춤의 시간이 있기에 다시금 피곤한 몸이 회복되고, 상처 받은 마음이 정리되고, 절망했던 어제를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됩니다. 멈춤은 정체나 퇴보가 아니라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시간입니다.

일상의 영적인 리듬은 어떠할까요? 네, 더더욱 멈춤이 필요합니다. 잠시 멈춰 서서 내 생각과 마음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무엇인가로 질주하는 우리의 마음, 염려와 두려움에 위축된 우리의 생각, 그리고 상한 마음을 주님께로 가져가야 합니다. 내일부터 더샘물 공동체가 가을 Prayer9을 시작합니다. 잠시 멈춰 기도하며,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고 기뻐하신 뜻에 주파수를 맞춰봅시다. 풍성한 열매로 우리를 이끌어가실 것입니다. 전심전력으로 주님께 매달리는 복된 가을이 되시길 축복합니다.

유기남 전도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