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용하는 휴대폰 첫 화면에는 리마인더가 있고, 리마인더 첫 번째 항목에는 몇 년째 변함없이 이 말이 적혀 있습니다. “메멘토 모리”입니다. 고대 로마의 장군이 원정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행진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던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지만, 언젠가 마주하게 될 죽음을 기억하고 겸손해지라는 의미입니다.
저도 하루를 살며 기억해야 할 첫 번째를 ‘죽음’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저는 개선장군도 아니면서 교만하고 오만한 마음이 불쑥 올라와 내 생각, 내 고집, 내 혈기로 살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죽음을 기억합니다. ‘지금 내 모습이 내 가족, 내 이웃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모습이라면?’ 이 질문 앞에서 저는 겸손을 되찾고 저를 제 삶의 자리에 세우신 하나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은 대림절 첫째 주일입니다. 대림절은 교회력의 시작입니다.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사역, 고난, 죽음, 부활, 앞으로의 재림을 통해 완성되는 구원 사역을 매년 재현하는 것입니다.) 교회력의 시작은 대림절입니다. 대림절(待臨節)은 주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절기라는 의미로, 성탄절 4주 전부터 시작됩니다. 대림절은 4세기경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시간으로 지켜졌습니다. 그러다 7세기에 이르자 예수 그리스도의 처음 오심(초림)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다시 오심(재림)을 기다리는 의미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대림절은 교회력의 시작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역사의 시작을 생각하게 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마지막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호스피스에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방문해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죽음의 문 앞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을 섬기는 일에 작은 손길을 보탰습니다. 그분들을 위로해 드리면서, 저 또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죽음과 영원한 생명이 서로 연결된 것임을, 많은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그곳에서 만난 많은 죽음들은 제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봉사활동 이후 저는 제 삶의 목적과 태도를 가다듬고 그 죽음들의 질문에 삶으로 대답하고자 애썼습니다.
이제 4주간의 대림절이 시작되었고, 곧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를 예배하는 크리스마스가 찾아옵니다. 이 계절이 되면 이유 모를 설렘이 우리 마음을 채웁니다. ‘빛과 사랑과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우리 몸이 느끼는 것일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 설레는 마음을 삶으로 연결하십시오. 대림절은 우리의 구원이 시작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종말을 기억해 보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의 구원과 다가올 종말이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빛과 사랑, 평화의 왕으로 오신 주님! 주님의 빛 된 삶으로, 사랑하는 삶으로, 화평케 하는 삶으로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조대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