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 잘 비우고, 잘 채우는 시간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이제 내일부터 1년 동안(2024.7~2025.6) 교회가 허락하신 안식년을 가지려 합니다. 종종 걱정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들으며 저 자신도 염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며 더샘물 교회가 예수가 머리 되신 교회라는 진리에 마음이 이르렀을 때, 다시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6년 동안 그러하셨듯, 더샘물교회가 서있는 동안 예수 그리스도 만이 교회의 주인 되심과 머리 되심을 온 마음으로 고백하며 세워져 갈 것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됩니다. 은샘에서 파송된 40명의 교우들과 분샘에서 합류하신 5명의 교우들이 주님이 주신 교회의 꿈 하나로, 재정지원도 없이 순종의 첫걸음을 걸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 비전에 합류한 많은 성도들이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인생을 구원하여 예수제자 삼는 더샘물교회의 설립비전인 가정교회운동, 믿음계승운동, 선교운동은 해를 더해가며 심화되고 왕성해질 것입니다. 이 일을 더 잘 섬기기 위해 부름 받은 이찬형목사와 그 동역자인 박미숙사모가 안식년을 선용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날, 평범한 일상의 휴일엔 대부분 사람을 만나거나, 아내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떤 때는 그저 쉬거나, 아예 제 삶의 문맥과 상관이 없는 책을 읽었습니다. ‘빈둥거려야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는 역설을 기대어 해온 오랜 관행입니다. 그런데 그 리듬이 조금씩 망가지는 걸 느낀 지 제법 되었습니다. 감정을 타는 것보다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하는 게 익숙한 터라, 리듬이 깨진 게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젠 마치 주머니에 불뚝 튀어나온 자동차 열쇠뭉치처럼, 숨겨지지 않고 마음 밖으로 종종 나오기도 했습니다. 빈둥거려지지 않고, 문맥에 상관없는 책들이 손에 잡히지 않은 지, 좀 되었습니다. 그즈음, 교회가 안식년을 결정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그러다 소설가 김애란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중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라 다시 꺼내 그 부분을 찾아 읽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글을 쓰다 엔터키를 치면 마법처럼 종이 한 장이 더 생긴다. 누군가의 문장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 우리 마음에는 빈 공간이 생긴다. 마침 옛날 사람들의 문장이 우리 이야기가 되고, 나의 삶이 내 것이 되는 정갈한 자리가.”

교회가 엔터키를 쳐주셔서 은혜로 생긴 일 년의 여백을 선용하겠습니다. 안식년이 마음의 빈 공간을 만드는 시간, 그동안 혹시 마음에 담겨 비워지지 않던, 주님 뜻과 상관없는 생각과 뜻을 비우는 시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동안 많이 채워져 있는 부분을 덜어내고, 주님의 문장과 정신으로 채우려 합니다. 그래야 저와 제 아내의 인생에 주님의 구원이야기가 점점 새롭게 채워질 겁니다. 그래야 더샘물교회 교우들의 인생마다 비워야 할 것들을 비워내도록 안내하고, 충만하게 채워져야 복음이 정갈하게 깃드는 자리를 안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부부가 교회와 성도들 가정 그리고 주일학교와 더샘물학교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쉬는 죄를 범치 않기를(삼상 12:23), 일 년 동안 기도해 주세요.

여러분과 함께하는 기쁨으로,
이찬형, 박미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