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보르헤스는 자신의 인생은 몇 단어로 압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간, 불멸, 거울, 미로, 실명, 시… 작가는 풍경이 흐려지는 실명의 과정을 통해 내면을 확장시키는 인생의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나를 압축하는 몇 개의 단어를 가졌나?’ 적어보았습니다. 이어서 쓴 단어들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나를 지탱하지 않는 단어들도, 그 생각들도 ‘참 오래 붙들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을 압축하면 몇 단어로 남는 인생입니까? 그 사람을 지탱하는 것, 인생을 압축하는 것이 단어라면, 그 단어를 태어나게 한 생각과 기억들이 다 있습니다.
출애굽이라는 구원의 공통경험을 가진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은 성막을 만들도록 디자인을 주시고, 그 규격대로 만들게 하십니다. 성막 뜰, 성막 울타리, 제단, 놋 물두멍, 성막의 골조, 외장, 등잔대와 등잔, 진설병 상, 분향단, 가루향, 향유, 법궤와 속죄소, 제사장의 의복, 에봇, 가슴 받이, 멜빵과 같은 자세한 부속재료들 그리고 그 일에 직접 참여하는 제사장을 구별시키고 의식에 참여시키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지시하십니다. 왜 이토록 복잡하게 안내하실까요? 하나님의 설계가 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골조, 장치, 내용,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사장의 가슴 받이를 만들게 하시고 아론이 성소에 들어갈 때, 가슴 받이를 가슴에 달고 들어가게 하라 하십니다(출 28:29a). 하나님과 그 백성이 출애굽에 구원자와 구원받는 자로 함께 참여한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하시는 게 목적입니다. 가족은 공통기억으로 묶여집니다. 공통의 경험, 공통의 사랑과 가치가 끈끈한 가족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하나님은 대제사장이 찬 가슴 받이를 볼 때, 그 기억 속으로 다시 들어가시겠다 하십니다. “이것을 보고 나 주가 언제나 이스라엘을 기억하게 하여라(출 28:29b).”
가슴 받이에는 영롱한 12보석이 박혀 있습니다. 그 보석마다 12지파의 이름이 새겨 있습니다. 하나님이 어떠한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봅니다. 부모의 다른 이름은 자녀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입니다. 성장하는 동안 부모는 매 순간 자녀를 들여다봅니다. 잠들었을 때, 깨어 활동할 때, 밥을 먹을 때, 배변할 때, 아플 때, 슬퍼할 때, 기뻐할 때…모든 순간 자녀는 부모의 눈앞에 있습니다. 인간 부모는 때로 놓치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순간, 가만히 우리 인생 앞에 계십니다. 우리가 그렇게 구원받아 지금의 일상에 깃든 영원을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지워도 지울 수 없는 우리의 공통단어가 있습니다. 예수, 구원, 교회- 증인의 사명, 주님의 가족. 여러분은 주님의 가족입니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를 통해 오래 보시고 기억하시는 하나님의 잊힌 자녀들을 찾을 때입니다. 우리 마음에 품게 하신 ‘소중한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기도하시며 그 이름을 기억해 초청하십시오. 그 잃어버린 하나님의 사랑의 사람, 오래 잊혔던 가족을 찾아 맛보아 하나님을 알게 하십시오. Just Taste It!
여러분과 함께 복음맛집으로 초대를 준비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