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_실패를 통해 은혜를 배웁니다
벌써 봄입니다. 봄을 오래 기다렸는지, 지난 주에는 저녁마다 쓴 일기 끝에 항상 동일한 문장을 썼습니다. ‘봄이다. 봄이 왔다!’ 지난 주 교회 주변을 걷다가 신리천 변에 벌써 산수유 노란 꽃이 피어나고, 벚꽃 꽃망울이 올라온 걸 보았습니다.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아직 쌀쌀한 공기를 뚫고 용케 여린 꽃잎을 내는 나무들에게 배웁니다. 돋아난 여린 꽃에서 강철보다 강한 주님의 통치를 읽고 감사하게 됩니다.
시인 정호승은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의 시에서 실패와 좌절을 안겨주는 세상, 희망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통과하는 이들에게 시인은 나름의 위로를 담으려 했습니다. 시(詩) 전문(全文)을 소개합니다.
“이 봄날에 꽃으로 피지 않아/실패하신 분 손들어보세요/이 겨울날에 눈으로 내리지 않아/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괜찮아요, 손 드세요, 손들어보세요/아, 네, 꽃으로 피어나지 못하신 분 손 드셨군요/바위에 씨 뿌리다가 지치신 분도 손 드셨군요/첫눈을 기다리다가 서서 죽으신 분도 손 드셨군요/네, 네, 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여러분들의 모든 실패를 축하합니다/천국이 없어 예수가 울고 있는 오늘밤에는/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드디어 희망 없이 열심히 살아갈 희망이 생겼습니다/축하합니다”
정호승 시인을 좋아하고, 그의 시를 사랑하지만, 이 시는 다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사는 동안, 우리 사는 삶의 자리로 찾아와 위로하는 사람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희망 없음을 확인하는 동일함은 위로이자 동시에 절망입니다. 누구에게도 출구가 없는 삶을 확인할 따름입니다. 인간의 무늬는 눈물과 좌절로 얼룩져 있지만, 희망 없는 세상에 예수께서 오셨습니다. 그분은 ‘천국이 없어 우시지’ 않습니다. 해방구 없는 세상, 희망이 잘려 나간 세상에 하나님나라가 임하게 하신 분입니다. 신자에게 이 시의 문장은 ‘천국이 없어 울고 있는 사람을 향해 우신 예수님이 그 삶으로 들어오셨다’고 바뀌어 읽힙니다. 그래서 희망 없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 희망이 생겼습니다. 믿음에 담아 주신 노래를 널리 유포하고 싶습니다. 봄에 꽃이 피지 않는 불능의 좌절과 되는 일이 없어 생긴 열패감과 만나는 관계마다 실패하는 무능함이 있어 오히려 감사합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예수를 만났을까요? 제 어둔 인생의 때, 시편119편71절을 등불처럼 켜고 걸어가게 하셨습니다. “고난을 당한 것이 내게는 오히려 유익하게 되었습니다. 그 고난 때문에, 나는 주님의 율례를 배웠습니다(시119:71).” 희망 없는 세상에서 산다 느낄 때, 희망 되신 주님의 말씀을 등불처럼 마음에 걸어두세요. 사순절을 지나며 생각합니다. 우리의 고통과 죄를 짊어지신 주님의 뒤를 따라 인생을 걷습니다. 어둔 무덤을 지나 부활의 밝은 빛으로 인도하실 때까지 주님께 머물러 빛을 담겠습니다, 다짐하는 마음으로. 봄날에 꽃이 피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 보세요. 예수를 따르는 길에 만납니다. 봄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사순절에 예수로 오는 생명의 봄맞이를 함께 준비하며,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