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없이 허둥대는 삶, 분주한 중에도 평안한 삶
이십 년 전, 미국에서 목회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일주일 동안 가정교회세미나를 참여하고 돌아온 주말이었습니다. 강행군으로 몸은 지쳤지만 한 주간 집을 비운 마음의 짐도 날려 버릴 생각으로 온 집안을 청소하기로 마음먹고 진공청소기를 들었습니다. 청소기는 먼지를 신나게 빨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기가 가볍다는 느낌이 손에 전해졌습니다. 익숙해져서 인가보다 생각하고 구석구석을 밀고 다녔습니다. 청소를 다 했을 즈음 이상했습니다. 먼지통을 보니 처음에 한 구석만 밀고 보았을 때 보다, 먼지가 줄어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살펴보았을 때, 이유를 알았습니다. 작은 구석의 먼지를 빨아들일 때 사용하는 호스가 빠져서 덜렁거리고 있는 게 아닙니까? 어쩐지 청소하는 동안 콧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청소를 하면 할수록 카펫 바닥에 조용히 잠자던 먼지들이 깨어 일어나 온 집안에 날아다닌 겁니다. 눈과 코에서는 정신없이 눈물과 콧물이 쏟아지고 마음이 짜증으로 울렁거린 순간, 중요한 깨달음이 머리를 때렸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많이 닮았습니다. 그날 저의 실수는 기도 없이 허둥대는 우리 삶을 많이 닮았습니다. 일을 처리하려고 땀을 쏟고, 열심히 일하고, 관계의 오해를 풀어보려 애쓰고, 관계를 더 친밀하게 다듬으려고 더 시간을 내서 대화하는데 일은 난항이고, 관계는 점점 더 꼬입니다. 관계 회복이 가능할까 낙담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의도한 게 아닌데 말입니다. 이건 기도 없는 삶이 가져온 재앙입니다. 하나님이 빠진 내 힘이 만든 혼란입니다. 하나님을 닮아가려 할 때, 반대로 더 멀어진 현실을 보고 낙담하기 일쑤입니다. 호스가 빠진 진공청소기를 열심히 밀고 다닌 저의 어리석음은 삶에서 우리가 만나는 흔한 실수입니다. 하나님은 저에게 기도 없는 분주한 마음을 일깨우셨습니다.
삶의 문제들은 종종 우리 삶의 초점을 흐려 놓습니다. 우리는 청소를 열심히 하기 위해 청소기를 든 것이 아니라, 먼지를 깨끗이 없애기 위해 청소기를 들고 청소를 합니다. 이것이 초점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대화를 더 잘하기 위해,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위해, 부부가 더 사이좋기 위해, 더 잘 살기 위해, 교회가 커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먼지 같은 죄를 치웁니다. 부부와 자녀와 신자들의 관계와 일터에서 우리를 부르신 주님의 목적을 향해 그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 초점을 맞추도록 영적인 눈을 다시 조정시키는 도구가 기도입니다.
더샘물의 식구들이 함께 사순절 Prayer9 5주 차를 맞이합니다. 다시 한번 삶의 호흡을 가다듬고 분주함을 내려놓는 연습에 게으르지 맙시다. 말씀들을 삶의 바닥에 펼쳐 놓고 그 위를 걸어 고난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위한 생명의 길을 내신 예수께로 나아갑시다. 그 한 주간을 위해 기도합니다. 일상이 기도로 채워질 때,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응원합니다. 부족해서 주님으로 채워지는 삶. 그 눈부신 일상의 순간들을!
기도로 일상을 채워 사시길 소원하는 마음으로,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