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인생이 믿음 인생입니다

아직 겨우살이 중인 우리에게 봄이 왔습니다. 우리 몸이 사는 겨울보다 우리 생각이 먼저 봄에 도달했습니다. 더샘물 식구들과 주의 말씀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가져올 봄의 냄새와 봄의 초록과 봄 세상의 설렘이 먼저 왔습니다. 우리의 생각, 판단, 인식의 세계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훈련된 마음은 오늘의 낡은 나와 매일 결별하게 합니다. 어제 옳다 여겼던 것들, 누군가에게 주장했던 나의 옳음과 결별합니다. 진리의 옳음으로 초청된 길을 걷는 용기는 훈련이 주는 선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반기 작은목자훈련은 우리를 참된 주의 제자로 자라게 하는 통로입니다.

헬렌 켈러는 [디 애틀랜틱(The Atlantic)] 1933년 1월 호에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에게 그 3일에 담긴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글은 아주 평범한 그녀의 일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느 날, 헬렌 켈러는 숲속에 다녀온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뭘 보았어?’ 그 친구는 무덤덤하게 답했습니다. ‘별것 없던데?’ 헬렌 켈러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두 눈 뜨고도 보지 못했다고? 두 귀를 가지고도 특별히 들은 것이 없다니!’ 우리에게 평범하게 스쳐가는 모든 사물과 세계가 헬렌 켈러에게는 다 진귀한 선물이고, 보석 같은 세계였습니다. 헬렌 켈러는 만약 볼 수 있는 사흘이 주어진다면 이렇게 하기를 원했습니다. ‘첫째 날, 나는 내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을 뵙고 몇 시간이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두겠다. 그리고 밖에 나가 바람에 나부끼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과 노을 지는 석양을 보고 싶다. 둘째 날, 먼동이 트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나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가서 하루 종일 인간이 살아온 역사를 볼 것이다. 저녁에는 밤 하늘에 뜬 보석 같은 별들을 보고 싶다. 셋째 날, 나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려 한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것이다.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들을 보고 싶다. 저녁엔 쇼윈도에 진열된 눈부신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 사흘 동안 볼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 후, 다시 영원한 어둠으로 돌아가겠다.’

이 글은 ‘20세기 최고의 에세이’로 꼽힙니다. 당시 경제공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도전이 되었습니다. 불평과 염려로 도배된 세상, 근심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늘 주어진 일상이 날마다 기적 같은 선물이라는 걸 알게 했기 때문입니다. 헬렌 켈러가 그토록 보고자 소망한 것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들입니다. 헬렌 켈러에게 기적인 삶이 우리에겐 일상입니다.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 하나님의 일하시는 손을 보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헬렌 켈러는 말합니다. ‘가장 불행한 인생은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비전(vision) 없는 인생이다.’ 믿음의 절박함과 의도의 눈을 가진 판단, 생각, 인식이 인생의 사계(四季)에서 늘 봄을 살게 합니다. 훈련 인생이 믿음 인생입니다. 훈련이 보고, 듣고, 말하게 합니다. 눈을 뜨고 평범한 일상을 오가는 주님의 일하심을 보는 일, 귀를 열고 소음 속에서 우리 인생 사이를 거니시는 주님의 옷자락 소리와 생명을 노래하는 음악을 듣는 일, 누에실을 뽑듯, 생명의 언어로 주 예수를 통해 얻은 생명과 소망을 말하는 일은 훈련이 주는 선물입니다. 훈련은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보게 하는 힘의 통로입니다. 일상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준비하신 성찬의 자리입니다. 그 일상의 성찬으로 이끄는 작은목자훈련에 함께 하세요. 봄이 먼저 왔습니다. 늘 봄을 누리세요.

여러분과 함께 일상을 봄으로 살 준비로 설레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