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더샘물 새해 바램_ 매일 평안한 한 해

새해를 준비하면서 이 십여 년 전 일기를 읽다가 한참 웃었습니다. 그때 집에 물통과 냉온수기가 놓여 졌습니다. 약수물처럼 시원한 물과 차를 끓이는 수고를 덜어주는 뜨거운 물이 동시에 나오는 샘이 집안에 생긴 셈이었죠. 가족들은 시원한 물에 감탄했고, 저는 뜨거운 물에 차를 끓이면서 감동했습니다. “음…참 편하네.”

그런데 문제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였습니다. 강아지 ‘샤무’가 자신의 듣기 능력에 포착되는 낯선 얼굴을 가진 물통과 냉온수기를 적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이 새로운 존재가 내는 소음은 강아지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주방에 버티고 앉아 낯선 소리를 낼 때마다, 샤무는 등에 난 털을 곧추세우고 필사적으로 짖었습니다. 공격하겠다는 표시가 아니라, 쫓아오지 말라는 애원이었습니다. 가르치기 위해서 야단도 쳐보고, time out도 해보았으나 샤무의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저녁 무렵, 가르치다 지친 제가, 짖다가 지쳐 제 무릎에 올라와 턱을 떨군 강아지에게 말했습니다.

“샤무야, 저건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로 너를 위협할 수 없어. 여기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있어. 두려워 말아라. 두려움은 망상이야. 너를 위협하는 건 없어. 정확한 지식이 없어서 두려운 거야. 정확한 지식을 가져. 따라 해봐. ‘물통은 나를 두렵게 할 수 없다’ 알았지?”

딸아이가 배꼽을 쥐고 웃었습니다. “아빠, 샤무가 어떻게 알아들어요?”

딸의 말이 맞습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피조물, 샤무. 대화의 주파수가 맞지 않는 피조물, 듣지 않고 짖어 대고 울기만 하는 피조물. 실재하지 않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없는 괴물을 상대로 싸움을 거는 돈키호테.

그런데 문득 이것이 현실을 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품에서 사는 신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샤무에게 말했지만 정작 독백을 한 겁니다. 두려움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해 무거운 빚을 진 것처럼 사는 것입니다. 공포는 오늘 우리 앞에 있는 현실을 해석하지 못하는 믿음의 무지가 만드는 괴물입니다. 주님은 오늘의 불행과 내일의 좌절을 내려놓으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마 6:34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으로 족하다.”

오늘은 믿음으로 사는 신자가 은혜의 빛 아래 살며 신비를 경험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오늘 할 일은 지금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일입니다. 2024년 새해에는 만나는 날마다, 평안 누리길 기도합니다. 상황 너머 평안을 현실로 빚으시는 주님의 그늘에서 사는 일을 추구하십시오. 국가의 존망과 사회의 안전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생명으로 가득 차기를, 오늘 주께서 채우시는 일용할 양식과 치유와 평안을 매일 가득 채우시는 주님의 품을 누리기를 매일 간구하고, 추구하며 사십시오. 2024년 더샘물교회 공동체가 함께 걸어갈 길입니다.

매일 평안한 오늘을 살고자 여러분과 함께 간구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