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아픈 내가 당신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하략)”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일부 발췌]
우리는 코로나19로 한 해를 송두리째 채워버렸고 이어달리기를 하듯, 2021년까지 따라온 코로나를 마주하며 우리 교회가 가진 마음의 다짐이 있습니다. ‘미루지 않고, 즉시 행동하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익숙해졌고, 안전을 위한 고립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했습니다. 불편과 어려움이 많습니다. 코로나19는 전지구적 팬데믹 상황이라 드물게 온 걸까요? 생각해보면, 어려운 때는 늘 있어왔고, 죽을 만큼 힘겨울 때도 삶은 이어졌습니다. 다만 삶의 질이 어떠했는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는지, 삶의 다른 선택이 만든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신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삽니다. 섭리하시는 하나님이 내시는 길을 걷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가장 정확하게 아시고, 정확한 때에 역사하십니다. 늘 인생의 길에서 만나는 절박한 상황들은 하나님의 때를 만나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인내에 파산자여서 기다릴 줄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간절함은 하나님의 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숨결을 확인하고, 하나님의 임재가 있었던 성경의 사람들과 섭리를 확인하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일입니다. 산더미같이 어깨에 쌓인 마음의 짐과 상황을 안고, 마치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같은 일상에서 그 집중력으로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공급을 먹어야 하고, 하나님이 주신 힘으로 용기를 내야 합니다. ’아픈 내가 당신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시인의 문장을 빌려 생각했습니다. 물론 오독(誤讀)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이름을 지어다가 평생 먹어야 합니다. 누군가 사람의 이름을 지어다가 약처럼 먹어도 힘이 난다면, 주님의 이름을 지어다가 먹는다면 어떤 힘으로 살게 될까요? 훈련은 우리 주님을 먹는 일입니다. 주님의 말씀과 주님의 일하심을 먹는 일, 주님의 섭리를 먹고 자라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주님을 지어다가 먹는 일입니다. 우리가 ‘미루지 않고 즉시 행동’할 일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끙끙 앓는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 끙끙 앓으시는 주님의 이름을 배우는 일입니다. 작은목자훈련에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주님을 지어다가 그 힘으로 살고 그 힘으로 위로합시다. 미루지 말고 즉시!
2021년 2월 21일
여러분과 함께 훈련되어 자라기 원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