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상한 시대를 사는 우리의 자세
“어디에선가 먼 먼 훗날/나는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Robert Frost, 가지 않은 길(마지막 연), 일부 발췌]
프로스트의 시는 한국인이 익숙하게 애송하는 시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인생의 핵심을 노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생의 숲에는 언제나 고통스런 선택이 던져집니다. ‘선택은 괴로움’이라는 독일 격언을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괴로움을 감수하며 삽니다. 두 길을 동시에 걸을 수 있는 인생은 없기에 한 편에는 선택의 신중함이, 다른 한 편에는 선택하지 못한 길의 아쉬움을 미리 감수하는 다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인의 모든 길과 공동체의 모든 길이 그렇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이 진정국면으로 가다가 일주일새, 급격한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28일(금)오전 9시기준, 2,02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더샘물교회는 이보다 앞선 지난 화요일 당회와 운영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로 드리기로 하였고 주중 모임과 작은목자훈련도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결정문은 교회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진입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 신천지를 탓하지 않겠습니다. 탓하고 있기에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께서 주인되신 더샘물교회는 무엇을 하며, 무엇을 건설하고, 무엇을 만들것인가 더 깊이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각 사람이 자기를 쳐서 복종하며 세워가야 할 것입니다(고전9:27).
지난 주중에 더샘물학교 이사장님이 병원장으로 섬기시는 평택박애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병원입구에는 선택진료소와 여러 단계의 검진으로 병원출입을 철저히 점검하고 진료해서,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는 안전하구나’ 느끼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화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의료계에서는 20년만 버티면, 어떤 암도 완치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 하나를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대화는 감염사태를 대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자세와 전망 특히 기독의료인으로서 부르심에 임하는 자세들을 엿볼 수 있어서 많은 기도제목을 가슴에 안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계속 여운이 남았던 것은 21세기를 사는 기독의료인이 바라보는 의학기술의 발전과 역설 사이에서 겸손한 지점을 찾는 믿음의 자세였습니다.
얼마동안, 더샘물교회는 예배를 비롯한 모든 교회의 본질을 온라인으로 실행하고 함께 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갈 것입니다. 예배, 교제, 교육과 훈련, 봉사와 섬김, 전도와 선교가 다 만나지 않으면서도 이루어져야 하는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상황이 아무리 나빠져도, 교회는 예수를 주인으로 모시고, 서로 사랑하여 돌아보고 격려하고, 일상에서 역사하시는 주님을 서로 자랑하면서 기도하고 위로할 것입니다.
세상은 암이 완벽히 퇴치되어 거의 불멸의 존재를 꿈꾸지만, 더샘물교회는 믿음의 자세로 영원한 생명을 맛보며 일상을 살 것입니다. 상황을 넘어서는 믿음으로 온라인 예배에서 만납시다. 따로 떨어져 있으나 함께 예배합시다. 목장에서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 격려합시다. 서로를 격려할 뿐 아니라, 사는 곳의 이웃들을 위로하는 신자가 됩시다. 기도할 때, 성도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동시에 국가와 세계가 감염병의 위협에서 속히 벗어나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이 비상한 시대의 일상을 믿음으로 함께 세워가겠습니다. 3월 1일 온라인 예배에서 함께 만납시다.
2010년 2월 28일 금요일
여러분과 함께 이 비상한 시대를 함께 하는,
이찬형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