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에게 있는/새로운 마음이지만/오늘은 이 마음에/색동옷 입혀/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일년 내내/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행복을 손짓하는/따뜻한 마음//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감동의 웃음을/꽃으로 피워내는/밝은 마음//내가 바라는 것을/남에게 먼저 배려하고/먼저 사랑할 줄 아는/넓은 마음//다시 다가오는 시간들을/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성실한 마음//실수하고 넘어져도/언제나 희망으로/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겸손한 마음//곱게 설빔 차려 입은/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새롭게 길을 가니/새롭게 행복합니다” [이해인, 새해 마음 전문(全文)]

저의 이십 대의 감성을 지배했던 분 중의 한 분이 이해인 수녀입니다. 고운 글을 조용히 발표하시곤 했습니다. 그때 작은 불만이 있었습니다. 문 밖의 세상의 삶은 엄혹한 겨울 전쟁터 같은데 이렇게 어린 애 속살 같은 시어(詩語)로 가득한 문장들이 무슨 힘이 있을까. 그래도 끌렸습니다. 이해인의 시 세계에는 흔들리지 않는 푸른 호수의 수면같은 내면의 평온과 고운 마음의 흔적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질문은 마르지 않았는데, 그래도 틈틈이 시집을 펼쳐 들고, 몰래 들러서 마음이 머물다 가곤 했습니다. 그런 수녀님은 이제 세월이 흘러 암 투병 중이시고, 그 와중에도 마음에 고인 평온함을 덜어내어 함께 나누어 마시자 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새해 마음’입니다.

2020년 새해 주님께서 우리 더샘물가족에게 입혀 주시는 색동옷입니다.

“가장 높으신 분의 보호를 받으면서 사는 너!” “전능하신 분의 그늘아래 머무를 것이다.” (시91:1)

하나님의 보호가 늘 있는 2020년, 심지어 천사동원령을 내려서 보호권을 발동하시는 초능력(시91:11-12)을 경험하는 한 해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2020년에도 우리는 인생에서 ‘하나님의 보호하심’이라는 색동옷이 찢어지는 일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일찍이 시편91:12의 말씀을 인용한 존재가 있습니다. 사단입니다. 예수님이 40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하실 때, 하나님께 집중하여 마음을 색동옷으로 단장할 때, 사단은 성경으로 색동옷을 찢으려 공격했습니다. 성전 꼭대기에 데려가 사단이 유혹했습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에서 뛰어내려 보아라” 이 유혹에 시편91:12말씀을 살짝 끼어 넣었습니다(마4:6). “하나님이 천사를 동원해서 보호하신다며? 그게 진짜냐? 그럼 보여줘.” 사단은 조롱합니다. 여기 예수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아라(마4:7).” 예수님은 하나님의 보호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보호하십니다. 예수님이 사단의 유혹에 응답한 세 번의 말씀은 모두 이스라엘이 광야를 통과할 때 하나님이 베푸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할 일이 있습니다. 광야는 하나님의 말씀이 삶으로 열매 맺는 곳입니다. 2020년 광야를 통과할 때, 우리 일상에 말씀의 색동옷을 입혀 새해, 새 마음으로 다짐하고 걷는 겁니다. “넘어져도 일어나겠습니다. 내게 시험이 올 때, 하나님을 시험하지 않겠습니다. 기다리고, 기도하겠습니다.” 광야를 통과할 때, 일상에 말씀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