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겨울입니다. 가을이 좀더 머물다 갔으면 했던 바램이 무색하게 겨울이 왔습니다. 기다리지 않은 일들은 빠르게 오고, 기다리는 일들은 더디 오는 법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기다림을 배우도록 우리를 돕는 겨울 절기가 있습니다. 바로 대강절입니다. 다른 말로는 ‘대림절’ 혹은 ‘강림절’이라고도불립니다. 대강절(Advent)의 의미는 ‘오다, 도착하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어드벤투스(adventus)’에서 유래했습니다. 대강절은 성탄절 4주 전부터 아기 예수의 오심을 기억하고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이시지만, 인간의 죄의 어둠과 곤경을 해결하시려고 스스로 인간이 되신 예수님의 오심(초림)을 기억하고, 예수님을 믿어 이 땅에 살면서 주님의 다시 오심(재림)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이 기간에 교회는 전통적으로 초를 밝힙니다. 촛불은 어둔 세상에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상징합니다. 처음 삼 주 동안은 보라색 촛불을 밝힙니다. 어둠을 몰아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기리며 일상을 삽니다. 주님의 성육신을 기억하며 삶의 순간들을 거룩에 초점 맞추어 주님의 강림을 기다리는 신자의 일상을 삽니다. 그리고 넷째 주는 분홍색 불을 밝혀 기쁨으로 주님을 맞이하려는 신자의 마음을 담습니다.
성탄절에는 하얀 촛불을 밝힙니다. 죄의 어둠을 몰아내신 예수님의 구원의 능력을 기억하며 죄를 이기신 주님이 삶의 주인이심을 인정하며 경배하는 마음을 담습니다.
낮은 곳, 어둠이 가득한 곳으로 오신 예수님의 성육신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얻은 새로운 구원의 정체성을 기억하라는 거룩한 명령이고, 예수님을 따라 더 겸손하게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라는 안내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 살 때, 더 낮게 귀 기울이고 더 넓게 가슴을 열고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대강절을 보내면서 스스로 묻게 됩니다. “나는 주님을 기다리고 사는가? 하나님의 통치와 하나님의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질 그 날을 기다리는가? 지루한 심리적인 시간과 사투를 벌이며 더디 오는 새벽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땅의 편리함에 취해 너무 익숙한 편안함이 좋아서 주님은 천천히 오시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주님의 시선을 외면한 채 삶의 분주함 속에서 그저 살고 있는가?”
돌아볼 일입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며 한참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혹시 자신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자신의 영혼이 미처 자신을 따라오지 못했을까 해서.
분주하게 달려온 2019년 한 해를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살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주님께로 가는 길에만 빛이 있습니다. 대강절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분주했던 일상이 부르신 목적으로 정돈되는 복이 있기를!
“높은 하늘에서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을 기쁘시게 하는 모든 사람에게 평화.” (눅2:14)
2019년 12월1일
함께 대강절을 맞이하며,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