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내린 다음 날이었던 지난 화요일, 그날은 절기상 ‘찬서리가 내린다’는 한로(寒露)였습니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행사 참여 차,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점심시간에 1983년에 개업했다는 업력(業力)이 40년 가까이 된 칼국수집에 다녀왔습니다. 지하에 마련된 공간에는 발 디딜 틈없이 사람이 많았습니다. 자리를 잡고 한그릇을 비우는 사이에도 사람들은 계속 들고 나기를 반복했습니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칼국수를 받았습니다. 모양도 평범하고 화려하지 않은 칼국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를 한 입 가득 입에 물고, 든 생각은 ‘맛있다!’라는 감탄사보다는 ‘맛있다’였습니다. 생각보다 평범하고 단순한 맛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입, 또 한 입 먹을수록 그 평범함이 좋았습니다. 특별히 무엇이 맛있다 하기에는 도드라진 맛을 설명할 수 없으나 그냥 한 그릇이 오롯이 맛있는, 그래서 물리지 않고 다시 찾을 수 있는 그런 칼국수였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가장 좋은 것들은 단순하고 평범하게 담겨 있구나. 곁에 있는 사람과 경쟁하기보다 40여 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평범함. 도드라진 무엇이 아닌 단순한 깊음과 묵직함으로 국물을 내고, 면을 만들고 한소끔 끓여내는 반복에서 나온 힘이 담겨있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고 싶은 음식. 먹으면서 어린아이처럼, 추억을 나누고 정담(情談)을 나누게 하는 유쾌함이 묻어나는 식사였습니다.
이제 3주동안 VIP초청주간을 준비하려 합니다. 더샘물교회가 한로에 나누어 먹는 이 칼국수처럼 맛난 복음을 맛보고 누리고 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삶을 통해 VIP에게 복음이 전해질 때, 우리 삶이 머문 평범한 곳에서 맛난 삶의 맛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복음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깃듭니다. 예수가 이루신 구원의 비범함은 우리 삶의 평범함을 무던하게 살아내도록 이끕니다. 삶은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성도의 일상은 해가 떠서 지는 하루의 단순함을 켜켜이 믿음으로 채웁니다. 그 믿음의 무던함은 우리가 예수로 자라고, 사랑이 깊어진 증거입니다. 그 품에서, 그 무던한 햇살과 그늘 아래서 사람이 자랍니다. 우리 가슴에 담아 주신 소중한 VIP들이 우리 삶을 맛나게 하시는 예수의 구원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가진 능력은 예수복음을 살아낸 성도들의 일상의 열매에서 나옵니다. 우리의 인생을 따라오다가 예수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구원하여 예수제자 삼으시는 주님이 우리를 만나주신 것처럼, 마음에 담아 주신 VIP들을 품어주세요.
없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없듯이, 우리 삶에 깃들지 않은 진리를 전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VIP초청준비는 우리 삶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예수를 알고 예배하는 삶, 예수 때문에 삶의 목적이 바뀐 일상을 사는 흔적, 예수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오늘의 일상을 먼저 누리는 일입니다. 먼저 예수의 은혜를 먹고, 그 은혜의 일상 속에서 초대할 인생의 성찬을 준비하십시오. 평범하고 단순해서 볼 것이 없을 것 같은 우리네 인생을 통해 빛나는 예수께서 드러나시기를.
2019년 10월 10일
VIP초청주간에 맛난 칼국수보다 더 맛난 삶을 함께 준비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