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잔소리’하면 전문가 영역에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입니다. 성장기의 자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지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한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엄마가 있는 곳.” 아마 대답할 당시에 엄마의 잔소리가 ‘만렙’수준이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아이가 한창 사춘기였던가. 철부지 아이가 한 말이니 상처받지 마시기 바랍니다. 돌아보면, 이 땅에서 거의 모든 이들의 성장을 도운 8할의 연료는 어머니의 잔소리입니다. 부작용은 성장한후에야 자녀들이 그 고마움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랑없는 잔소리는 성장보다는 퇴행을, 사랑보다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믿음의 어머니들에게 권합니다. 오히려 힘을 내어 잔소리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잔소리를 하기 전에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먼저, 그 자녀와 그 상황을 놓고 20분 이상 기도하십시오. 하나님이 지혜와 사랑을 공급하실 것입니다. 아이들이 소위, [ㅈㄹ총량의 법칙]에 한창 지배를 받고 있을 때에도, 어머니는 흔들리지 않고 먼저 기도해야 합니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자녀는 어머니의 잔소리로 자라는 게 아니라, 어머니의 기도로 자랍니다. 하나님께 공급받아 폭포처럼 쏟아 주시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랍니다. 저는 ‘어머니의 기도’하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는 그 집의 막내였습니다. 우리가 중학교 2학년 때, 제 친구의 어머니는 벌써 환갑을 맞은 교회 권사님 이셨습니다. 아버지 생전에 교회 나가는 것을 반대하셔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매를 맞고 교회를 가셨다고 했습니다. 친구어머니가 기도하시는 분임을, 기도를 잘 모르던 중학생인 저도 단박에 알았습니다. 그 때, 자녀들은 세상의 문제를 끌어안고 씨름 중이었고, 평안한 가정이 한 가정도 없었습니다. 물론 예수를 믿는 사람도 자녀 중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세월이 이십여 년이 흐른 어느 날,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때 큰 누님, 큰 형님, 작은 형님도 모두 예수를 믿게 되었고, 자신도 교회를 다닌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권사님, 장로님으로 임직 되시는 누님, 형님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친구가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이게 다 우리 어머니 기도응답이야. 우리 형제들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 우리 어머니야.”
기도는 평범한 엄마를 통해 한 가정을 믿음의 가문으로 세웁니다. 미국의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도 회고를 남겼습니다. “나를 항상 따라다니는 어머니의 기도를 기억한다. 어머니의 기도를 따라, 하나님은 늘 나와 함께 하셨다.” 이 회고 뒤에 숨겨져 잊혀질 권리조차 가지지 못한 어머니의 이름은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사라졌지만, 어머니의 기도는 살아 계신 하나님 앞으로 자녀를 세우고, 그 자녀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하나님의 임재 속에 머물게 했습니다. 세상의 성공과 견줄 수 없는, 하나님과 평생을 함께 하는 일은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믿음계승의 유산입니다. 그 위대한 유산을 위하여 오늘도 권면합니다. 기도하면서, 자녀를 축복하면서 울리는, 음악보다 귀한 잔소리가 더샘물의 가정에 가득하기를!
2019년 10월 4일
믿음의 가정들이 굳건히 서 가기를 기도하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