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다 먼저 마음이 주께 있는 사람(시편84편)
“누가 복된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시인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주님의 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 중에 주님의 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예루살렘에 사는 제사장일가요? 아닙니다. 몸도 마음도 주님을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가면 되지, 뭘 그리워 한단 말입니까? 이스라엘은 1년 중에 유월절(무교절), 칠칠절(오순절), 초막절(장막절, 수장절)같은 큰 절기 때 예루살렘으로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며 축제를 했습니다. 이 시인이 지키는 절기는 초막절입니다. 이스라엘의 40년 광야에 임재하셨던 하나님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절기를 지키는 것은 하나님의 자녀의 정체성이 들어있는 하나님의 언약을 다시 확인하면서 구원의 이야기와 하나님의 은혜가 담긴 거룩한 기억을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그런 절기를 맞이하는 사람 중에 복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하나님의 임재를 기준으로 삶을 새로 사는 사람입니다. 옛날에는 곁에 있는 사람의 외모, 집안, 배우자, 그가 가진 재산과 화려한 집이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부러운 것은 하나입니다. 주님과 함께 사는 것. 그래서 지난 번 순례 때 보았을 참새와 제비 같은 새들을 부러워합니다. 설마 새의 외모가 부러울까요? 새의 재산이 부러울까요? 부러운 기준은 오직 하나입니다. 참새도, 제비도 주님의 제단 곁에 집을 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할까요? 우리가 가진 힘은 다 주님으로부터 나오고, 주님으로부터 힘을 얻는 사람만 복되기 때문입니다(5). 그 복된 사람들은 눈물 골짜기를 지나갈 때도 샘물이 솟아서 마십니다(6). 하나님이 채우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복된 사람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은 몸보다 먼저 마음이 시온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몸은 집에서 아직 준비 중이거나 막 길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먼저 시온의 순례길을 한참 가고 있습니다. 주님을 만날 기대 만으로도 마음이 설렙니다. 우리가 시험에 드는 문제들은 언제나 상황을 만날 때 찾아옵니다. 인생의 순례 중에 기쁜 일을 만납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하는 일, 그래서 10억원의 포상금을 받는 일,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 종려상을 받는 일, 금메달과 그에 준하는 상을 거머쥐는 일. 그러나 그 좋은 날의 기쁨은 불행해 보이는 문제 하나를 만날 때, 무기력하게 절망으로 바뀝니다. 그때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상황 속에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메시지는 하나님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 속에서 있을 때, 힘을 얻습니다.
사는 동안, 몸은 눈물 골짜기를 여러 번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보다 먼저 하나님의 임재를 향한 마음은 언제나 우리의 몸을 견인합니다. 그 변화무쌍한 환경과 문제들 속에서 먼저 하나님을 붙듭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지내는 천 날 – 악인의 화려한 장막, 그 눈부신 환경보다, 주님의 집 뜰안에서 지내는 하루를 선택합니다. 이 날은 절기의 바로 그 축제일, 한 좋은 날(tob-yom)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입니다. 그 좋은 날, 그 예배의 날 주님의 임재에서 시작된 ‘주님의 집의 하루’가 영원한 복의 길로 안내합니다. 주님의 임재가 없다면, 성전은 일반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자의 인생에 하나님의 임재가 없다면 세상의 인생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의 성공자를 부러워하지 않고, 참새를 부러워합니다. 화려한 집보다 하나님의 집 문지기가 되기를 원합니다. 더샘물가족 모두가 몸보다 먼저 마음이 주께 있는 사람으로 살기를, 사무쳐 기도합니다.
2019년 6월 20일
함께 기도하며 함께 믿음의 길을 걷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