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VIP초청을 하는 이유
벌써 여름이 오나 생각이 들 정도로 기온이 올랐습니다. 올해 첫 폭염특보도 내렸습니다. 더위에 강건하도록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더워지면 찾는 게 있지요. 바로 아이스크림입니다. 저는 부라보콘을 좋아합니다. 부라보콘은 제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아이스크림이고,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맛본 달콤함이었습니다. 저에게 부라보콘은 ‘서울의 맛’이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낯선 곳 그리고 아버지가 사 주신 추억이 함께 담긴 맛입니다.
제가 역시 좋아하는 한 시인이 부라보콘을 소재로 이런 시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슬그머니/산 길 사십 리를 걸어 내려가서/부라보콘 하나를 사 먹고/산길 사십 리를 걸어서 돌아왔지요//라디오에서 들은 어떤 스님 이야긴데/그게 끝입니다/싱겁지요?”
[윤제림, 어느 날인가는, 전문(全文)]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 부드럽게 묻는 시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부라보콘 하나 사 먹으려고 80리를 걷고 있나요? 정말 인생이 이게 끝인가요? 인생은 이토록 싱거운 건가요?”
인생은 어쩌면 욕망의 달콤함을 손에 쥐려는 평생의 과정이 아닐까요? 부라보콘 하나에 깃든 그 달콤함을 맛보려고 사십 리 산길을 걷는 그 무모함 말입니다. 그건 단지 우리와 종교적 신념이 다른 스님의 우매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 겁니다. 우리 인생이 다 언젠가 직면하게 될 허무함을 말하는 겁니다. “16킬로미터 산길을 걸어 내려와 부라보콘 하나에 담긴 그 서울의 맛, 그 도시의 맛 하나를 탐하고 나면 다시 16킬로미터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이 인생”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만났습니다. 돌아서서 몇 걸음을 걸을 때, 부라보콘으로 달콤했던 입 안의 추억은 단내나는 힘겨운 현실로 돌변합니다.
우리는 정말 부라보콘 하나를 사 먹으려고 그토록 고생하며 인생을 분투해왔습니다. 열심히 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시나브로 나이가 들었고 누군가의 머리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인생은 이토록 소박한 욕망과 채움의 반복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인생은 16킬로를 걸어 부라보콘을 맛보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목마른 지친 길이 아닙니다. 비유컨대, 영원히 달콤한 부라보콘을 만나는 길이 인생입니다. 우리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할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영생에 이르게 하는 샘물이 될 것이다.”(요4:13-14)
부라보콘 하나를 좇아 살아온 우리와 같은 인생들을 초대해주세요. 우리가 그렇듯이, 그 분들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을 만나게 해주세요. 더샘물에 오셔서 그동안의 고생, 그동안의 분투에 위로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목마르지 않도록 더샘물의 생수가 선물이 되기를 바라면서.
2019년 5월 26일
인생을 구원하여 제자 삼는 일에 여러분과 함께 부름 받은,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