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7월 25일 미국 뉴욕을 향해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공항을 이륙하던 에어프랑스 4590편 콩코드 여객기가 채 2분도 안 돼 추락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승무원과 승객 109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이 참사의 원인은 활주로에 떨어져 있던 길이 40㎝가량의 쇳조각 하나였습니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콩코드기가 문제의 쇳조각을 밟으며 타이어가 터졌고, 연쇄적으로 그 파편이 연료탱크로 날아와 강하게 치면서 화재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급기야 엔진에 이상이 생기면서 콩코드기는 추락했습니다.
활주로에 떨어진 이물질 하나. 그것이 109명의 생명을 빼앗아 갔습니다. 지난 4월 4일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떠나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달리던 중 타이어가 손상됐습니다. 역시 이물질 때문에 타이어에 구멍이 뚫렸고 이 사고로 출발이 27시간 가량 지연되는 불편을 겪었습니다. 이처럼 공항 활주로 또는 계류장 등에 떨어져 있어 자칫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이물질을 ‘FOD(Foreign Object Debris)’라고 부릅니다. 아스팔트 조각, 차량 파편, 돌멩이, 쓰레기, 타이어 조각, 야생동물, 쇳조각, 못, 작은 볼트와 너트 … 활주로에 떨어진 모든 물건이 FOD인 셈입니다.
요즘 레위기를 묵상하면서 드는 생각 하나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잘 살기를 원하시는구나.’ 하나님은 자기백성에게 제사제도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영원히 함께 하시겠다는 언약을 설명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사랑을 제사제도를 통해 표현하셨습니다. 하나님과 연결된 인생이 죄라는 이물질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제사제도를 통해 알려 주시고, 그 제사를 이루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죄가 아니라,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하셨습니다. 죄가 아닌 하나님께 나아가면서 그 예배의 공동체가 서로를 하나님께로 안내하는 거룩한 공동체로 자라가도록 한 것입니다. 레위기를 읽고 묵상할 때 조심할 점은 성급하게 신약의 눈으로 읽는 것입니다. 물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는 제사가 완결된 세상을 삽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이스라엘에게 허락하신 삶 속에 들어가 사시고 몸소 언약을 성취하셨던 것처럼, 맨 처음 레위기를 받았던 사람들(1차독자)처럼, 읽고 생각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주시려던 약속이 어떤 섬세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놓치게 됩니다. 마치 사람도 상대방의 디테일을 읽어 내기 시작할 때, 공감이 일어나고 감동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다가오신 그 사랑의 디테일을 읽기 시작할 때, 우리를 향하신 그 사랑의 깊이와 의도를 알고 탄복하게 됩니다. 그 까다롭게 규정들을 적어 놓으신 번제, 곡식제사,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를 읽어가면서 그토록 깐깐하게 죄를 자기백성에게서 분리하고, 거룩을 향해 살도록 하신 것은 죄가 개인과 공동체 전체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이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이 하나님과 연결이 끊어질 때,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숨을 쉬지 못하면 죽는 것처럼, 하나님과 연결되지 않으면 사망에 이릅니다. 레위기는 그 사실에 직면하게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준비하신 은혜를 알려주십니다. 우리에게 어떤 절박함이 필요하고, 어떤 마음이 준비되어야 하는 지 알려줍니다.
스스로 물어보세요. 여러분의 삶은 요즘 잘 이륙하고 있습니까? 혹시 삶의 활주로에 FOD가 떨어져 있어서 그 사소한 죄의 이물질 하나 때문에 신앙의 삶 전체가 위협받고 있는 건 아닙니까? 레위기는 이 오월과 유월에 주님이 더샘물공동체에게 허락하신 공동체 양식입니다. 말씀에 담아 놓으신 생명과 희망을 꺼내서 맛있게 나눠 먹으며 잔치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5월 10일
여러분과 함께 말씀으로 살아가려는,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