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의 문화의 정원을 가꾸자

미국 유학 시절 한인교회를 섬기며 한인 가정들이 겪는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신앙 전수를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가 중요한데,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한국어는 점차 잊어갑니다. 뿐만 아니라 음식과 정서, 생활방식까지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집니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그런데 과연 부모와 자녀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언어뿐일까요? 오늘날 유행하는 미디어 문화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더 큰 장벽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지난해 K-오컬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이 작품의 삽입곡이 빌보드 차트에 올랐고,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세대와 국경을 넘어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같은 밈을 공유하며 하나의 문화를 형성합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풍은 같은 문화를 공유할 때 사람들이 언어의 장벽마저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문화를 공유하지 못하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다음세대를 이해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할 때 비로소 그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시작됩니다.

물론 다음세대의 문화를 읽고 분별하며 세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지난 학기 작은목자훈련 <문화세우기> 수업에 참여한 분들도 처음에는 어려움을 느끼셨습니다. 자녀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분별하기 위해 부모들은 유행하는 밈, 애니메이션, 마블 영화, 멜론 차트의 인기곡들까지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가치관과 메시지를 읽어냅니다. 직장생활과 가정의 책임만으로도 바쁜 부모들이 왜 이런 수고를 감당해야 할까요? 그것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우리와는 ‘다른’ 세대를 살아가는 자녀들이 믿음의 ‘다음’ 세대로 굳게 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문화세우기의 시작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오늘 아이들이 읽는 책을 함께 펼쳐 보고, 아이들이 듣는 음악을 함께 들어 보고, 같은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일 때 대화의 문이 열리고, 그 작은 대화가 우리와는 ‘다른’ 세대를 믿음의 ‘다음’ 세대로 세우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협동 전도사 박혜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