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일입니다. 컨설팅 업체에서 근무할 때 직원 전체 가족을 초청해 필리핀 세부 샹그릴라호텔에서 행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여행사 및 장소 선정, 일정, 가족 이벤트 등 수천만 원이 드는 전체 행사를 총괄했던 저로서는, 준비부터 한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가질 때에도 모든 프로그램이 문제없이 잘 진행되는지 살피느라, 일정을 다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야 뒤늦게 아들을 살폈던 기억이 납니다. 돌아보면 과한 책임감과 일중독 성향이 짙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아들은 그 여행을 달갑지 않은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늘 퇴근이 늦었던 아빠였기에, 아빠랑 같이 놀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왔는데 바쁜 아빠만 보고 왔으니 말입니다.
이후 2013년, 기독교학교 사역으로의 부르심을 따라 샘물중고등학교에 합류한 이후, 2020년 더샘물학교와 더샘물교회로 이어지는 섬김 가운데 어느덧 학교 사역은 14년 차, 교회는 7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늘 바쁘고 분주한 일상이었지만, 다음 세대를 믿음 안에 세워가는 교회와 학교가 세워지고, 건강한 믿음의 공동체로 성장해 가는 은혜를 누리게 하셨습니다.
공동체의 따뜻한 배려로 오는 5월부터 8월까지 학교는 연구학기로, 교회는 안식월로 보내게 됩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더 의미 있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주님이 우리 공동체의 주인이시기에 염려를 잠시 내려놓으려 합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사역을 기도 가운데 그려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더불어 아내와 현석이에게도 온전히 곁을 내어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우리 더샘물교회와 학교 공동체를 위해 더 집중해서 기도하며 앞으로의 사역을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공동체의 깊은 배려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유기남 전도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