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9월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름의 여운이 길게 남아 있습니다. 폭염의 시간을 건너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어릴 적 여름은 뜨거운 한낮을 지나 저녁이 오면 여지없이 추워서 잠들 때는 얇은 이불을 덮어야 했습니다. 1994년 열대야의 밤을 처음 만난 여름 이후,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단어가 계속 갱신되고 있습니다. 사계절은 여전하나, 짧은 봄, 기~인 여름, 짧은 가을, 기~인 겨울로 바뀌었습니다. 때로 염려도 되고, 짜증도 납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날들이 아닙니다. 그러나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를 따라 계속 기분을 망치고 행복을 빼앗기며 살 수는 없으니까요.
문득 질문합니다. 신자는 무슨 힘으로 일상을 살까요? 매일 기도하는 시간은 주님이 주신 특권입니다. 저도 그 특권을 매일 누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기도를 하는 데, 기도가 절뚝거렸습니다. 말을 더듬듯이 마음이 절뚝거렸습니 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기도할 사람들의 얼굴은 마음에 가득한 데 마음이 천근만 근 무거웠습니다. 마음이 급했나 봅니다. 한꺼번에 쏟아진 마음은, 길 잃은 어린 아이처럼, 주님 앞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육체의 고통 속에서 씨름하는 성도들과 그 상황과 문제가, 또 다른 문제의 벽에 가로막혀 낙담하는 성도 그리고 또 다른 성도가 씨름하는 상처가 느껴져 마음이 아리었습니다. 그렇게 주님 앞에서 서러워하다가 또 문득 ‘감사합니다, 주님’ 하고 고백했습니다.’ 우리가 홀로 있지 않았구나’하고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함께 하셨고 마음을 아셨고 기도를 들으셨습니다. 그래서 기도가 절뚝거려도 멈추지 않습니다. 당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사하며 계속 기도합니다.
오늘도 기도제목은 여전히 태산을 이룹니다. 그러나 기도할 사람과 사건은 늘 저를 하나님 앞으로 데려갑니다. 그래서 저도 그 사람과 사건을 하나님 앞으로 안내합니다. ‘하나님께 맡겼으니 이제 하나님이 역사하실 시간입니다’하고 주님께 기도합니다. 우리는 이 변화무쌍한 일상을 기도하며 힘을 냅니다. 힘을 내세요. 주님이 거기 계십니다. 말씀에 기초하여 또 기도합니다.
“너희의 짐을 주님께 맡겨라. 주님이 너희를 붙들어 주실 것이니, 주님은 의로운 사람이 망하도록, 영영 그대로 버려두지 않으실 것이다.(시 55:22)”
“네 갈 길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만 의지하여라. 주님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시 37:5).“
천하보다 귀한 믿음의 식구들을 생각하며,
이찬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