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신학 수업 가운데 폴 투루니에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필독서를 읽어야 했습니다. 신학이 너무 재미있었던 저는 교수님들이 추천하는 도서를 남편의 호주머니를 빌려 다 사곤 했던 못된 욕심이 있었습니다. 폴 투루니에는 책을 여는 전반부에서 ‘등장인물의 형성’이라는 소주제를 통해 이런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 내거나,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강요한 등장인물의 노예다.” 그리고 파스칼의 글을 인용해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무시한 채 상상의 자아를 치장하고 보존하려고 애쓴다.”라고 말합니다. 서론에 불과한 짧은 글이지만 2024년 마지막 52주를 보내고 2025년 1주 차의 새 시작을 바라보는 오늘, 조금 더 행복한 나를 위해 한자 사전이 설명하고 있는 ‘송구영신’(送 보낼 송, 舊 옛 구, 迎 맞을 영, 新 새 신)의 뜻처럼 치장된 나, 혹은 자신을 비하하여 보는 나, 내가 나답게 살지 못했던 옛 모습을 보내고, 새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보물 같은 실제의 모습으로 하루하루의 일상이 더욱 빛나고 행복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방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를 주도하는 방향이 우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방향은 바로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삶의 방향을 예수님께 맞춘다는 것은 우리의 뜻이나 일정한 목표의 방향성이 예수님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우리의 정체성을 세웁니다. 타인 때문에 만들어지고 타인을 의식하며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로 살아가는 잘못된 에너지 소비가 아니라 예수님과 교제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실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 예수님의 사랑에 사로잡혀 사는 ‘나’, 예수님을 사랑하는 자로 일상을 누리는 ‘나’의 정체성을 입게 됩니다.

2025년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맞이합니다. ‘오늘’이라는 ‘하루’의 새날은 당연하지 않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리고 이 새날은 더욱 예수님을 바라보며 삶의 방향을 주님께 맞추며 살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마치 어제 받은 은혜로 오늘을 살 수 없듯 그래서 오늘을 살기 위해 오늘의 은혜를 구하듯 매일의 삶에서 흐트러진 방향을 예수님께 맞추는 일은 인생의 여정 가운데 쉼표 없는 행복한 매일의 숙제입니다.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 내 자아는 더 이상 내 중심이 아닙니다. 나는 더 이상 여러분에게 의롭게 보이거나 여러분에게서 좋은 평판을 얻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나는 더 이상 하나님께 좋은 평가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살고 계십니다.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나는 이 삶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갈 2:20-21 메시지성경).” 2025년 바울의 고백처럼 내 자아의 중심이 예수님과 일치된 삶의 방향에서 예수님만을 바라보고, 예수님과 함께 걸으며, 예수님의 말씀을 의지하여 예수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나’로! 있는 모습 그대로 나답게 그 하루를 하나님께 드리며 채워가는 일상 되시길 축복합니다! Happy new year!

설레는 마음으로 2025년 새해를 바라보며,
김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