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누군가 말했습니다. 목사는 말하는 직업이라고. 또 말하는 대로 살 수 없기에 목사는 괴로움을 달고 산다고. 이 말에 오랫동안 저항했습니다. 그러나 말씀과 삶 사이에 생기는 간격의 괴로움은 모든 신자의 몫이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았습니다. 저는 그 신자의 몫을 함께 감당하려 부르심을 받은 목사입니다. 이제는 인정합니다. 말하는 대로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살아온 나날, 비루한 생의 나날들을 통과한 말씀을 전합니다. 그래서 말씀의 순도 외에 불순물이 섞이고 사람 냄새가 납니다. 사람 냄새나는 말씀과 일상, 사람을 통과한 말씀을 나눕니다. 부족함, 모순, 부패, 욕망, 염려, 두려움이 섞입니다. 그러나 거기 중요한 요소가 담겨 설교가 됩니다. 하나님을 따라,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그 열망의 불꽃은 더 또렷하게 타오릅니다.
누구도 예외 없이 생애의 아픔을 안고 삽니다. 원하거나 택하지 않았으나 태어날 때부터 낙인처럼 생긴 흉터입니다. 그러나 각 사람이 예수 안에서 새사람이 되었을 때, 성령 안에서 구원된 새 정체성을 누릴 때 알게 됩니다. 그 결핍과 약점 같은 흉터가 예수를 깊이 아는 통로가 되었다는 사실을. 하나님의 부르심은 누구에게나 거룩하고 신실하기에 생애를 통해 오롯이 담아낼 수 있습니다. 만족한 하나님의 일하심을 만나면 비루한 생애는 죄의 잿더미 위에서 빚으신 새 창조-구원의 증언자로서 사역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목사로 31년, 목회로 부름받은 지 37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 생애를 붙드시고 성장시키신 하나님의 역사가 있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구원과 부활 권능의 증언자다.’ 종교영역으로 축소시키려는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는 평범한 일상을 하나님이 뜻하신 자리로 안내하는 것, 하나님의 임재가 가득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목사로서 제 사명입니다.
한 사람이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에게 물었습니다. “왜 개신교에는 수도원이 없나요?” 마틴 루터가 조용한 확신으로 답했습니다. “개신교에 수도원이 없는 이유는 하나님이 신자가 사는 모든 곳을 수도원으로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신자가 사명으로 사는 곳이 다 수도원이고, 각 사람이 수도원장입니다.” 이 놀라운 비전에 가슴이 뜁니다. 저는 목사로서, 여러분을 이렇게 인도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증언자입니다. 이번 공동의회가 그 부르심을 다시 확인하고 더샘물교회가 걸어온 길을 더 힘입게 걸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빕니다.
여러분의 목사됨을 큰 자랑으로 여기는,
이찬형 올림